민족민주열사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 박영진 열사(1960-1986)

들꽃 호아저씨 2022. 4. 12. 06:2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박영진 열사(1960-1986)

 

박영진 열사(1960-1986) : 박영진 열사가 1985년 입사한 신흥정밀은 당시 부당노동 행위 및 임금 착취를 일삼았다. 근로자들이 이에 대한 항의를 조금만 해도 구타를 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해고시키는 무법천지의 회사였다. 1986년 신흥정밀은 임금인상 투쟁을 시작했고 공권력이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박영진 열사는 경찰과 회사 측의 폭력적인 탄압에 맞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살인적이 부당노동행위 철회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를 외치며 분신했다. 분신 후 옮겨진 병원에서 박영진 열사는 "전태일 선배가 못다 한 일을 내가 하겠다. 1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라는 유언을 남기며 1986년 3월 17일 운명하였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땅에 정의가 넘치고 사랑이 있어야 하며 평화와 평등이 있어야 한다!
끝까지 투쟁하자!

- <박영진>(이인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3.12.29)

 

 

풀들의 계절 / 김석주

 

용감한 풀들이었습니다

몰아치는 그 칼바람 속에서도

흔들렸지만 결코 꺾이지 않았고

밟히고 또 짓밟혔어도

다시 함께 일어나 우리 이 금수강산을 지켜온 것은

그들의 각진 총칼이 아니라

이 땅의 당당한 풀들

우리들의 피와 땀과 그 용광로와 같은 사랑

메말라버린 너와 나의 눈물이었습니다.

 

늘 바람 차고 매서웠던 벌판이었습니다

부르터진 두 손을 서로 부여잡고서

힘차게 북채를 두드리며 얼씨구

밤새도록 짚불을 지피며

새로운 날을 애타게 기다렸던 우리들의 혼과 혼

그 우렁찬 첫닭 울음소리처럼

새벽은 그렇게 우리들 곁에 오고 갔으나 

걷히지 않는 먹구름 떼

결코 새로운 우리들의 아침은 쉬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름 모를 풀들이었습니다

삼월의 하늘을 감동시키면서

사월에는 기어이 꽃 한 송이를 피워내야겠다고

동이동이 피눈물을 쏟았던 것도

이 땅의 그대 그 당당한 풀들이었으며

그 별이 되어 스러져간 이름과 이름 위에

아, 기어이 봄이 또 이렇게 오고

이제라도 아쉬운 꽃소식을 올려야겠다며

풀들이 웅성이며 다시 활짝 피어나는 풀들의 계절입니다. 

 

-열사 시집그대는 분노로 오시라(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편, 도서출판b)

 

 

▲ 1986년 생전의 박영진 열사-왼쪽(가운데)  / 운명하기 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박영진 열사 모습(오른쪽) - ⓒ <박영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모든 것이 사랑에서 싹트고 거두어진다. 우린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찮은 돌멩이, 풀 한 포기일망정.
- 79년 2월 23일 일기

진실에서 정직하게 출발하자. 지난 세월을 발판삼아 좋은 경험이라고 믿고 더욱더 노력, 분투하는 마음 자세를 갖자. 버려진 들국화처럼, 흩어진 쓰레기처럼 살아온 나에게 더욱더 높은 꿈과 이상이 있다.
- 79년 4월 18일 일기

인간의 창조적 행위인 노동에 대한 자부심의 확인, 노동자로서 자신에 찬 모습을 발견하고 확인할 수 있는 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 83년 어느 날의 일기

모두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은 노동자 스스로가 깨어나 함께 일어서지 않으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84년 1월 13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