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 마리아 조앙 피레스, 다니엘 하딩 - 스미다 : 이병률

들꽃 호아저씨 2022. 5. 13. 08:16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피아노협주곡 20번Piano Concerto No. 20 in D minor, K.466

1. Allegro (in D minor)

2. Romanze (in B-flat major)

3. Allegro assai (in D minor, ending in D major)

 

스웨덴방송심포니오케스트라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Joao Pires 피아노

다니엘 하딩Daniel Harding

https://www.youtube.com/watch?v=O0Hys66rpMI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Joao Pires 피아노

 

 

스미다 / 이병률

새벽이 되어 지도를 들추다가

울진이라는 지명에 울컥하여 차를 몬다

울진에 도착하니 밥냄새와 나란히 해가 뜨고

나무가 울창하여 울진이 됐다는 어부의 말에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싶어 또 울컥

해변 식당에서 아침밥을 시켜 먹으며

찌개냄비에서 생선뼈를 건져내다 또다시

왈칵 눈물이 치솟는 것은 무슨 설움 때문일까

탕이 매워서 그래요? 식당 주인이 묻지만

눈가에 휴지를 대고 후룩후룩 국물을 떠먹다

대답 대신 소주 한 병을 시킨 건 다 설움이 매워서다

바닷가 여관에서 몇 시간을 자고

얼굴에 내려앉는 붉은 기운에 창을 여니

해 지는 여관 뒤편 누군가 끌어다 놓은 배 위에 올라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한 사내

해바라기 숲을 등지고 서럽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사내

내 설움은 저만도 못해서

내 눈알은 저만한 솜씨도 못 되어서 늘 찔끔하고 마는데

그가 올라앉은 뱃전을 적시던 물기가

내가 올라와 있는 이층 방까지 스며들고 있다

한 몇 달쯤 흠뻑 앉아 있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돌아가는 사내의 집채만한 그림자가

찬물처럼 내 가슴에 스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