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1번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 목포 : 김사인

들꽃 호아저씨 2022. 5. 22. 17:58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피아노협주곡 33. Klavierkonzert c-Moll op. 37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 Presto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협주곡 1Piano Concerto No. 1 in C major, Op. 15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scherzando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사이먼 래틀Simon Rattle

https://www.youtube.com/watch?v=RxnAxx5aUws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Krystian Zimerman  피아노

 

 

목포 / 김사인

배는 뜰 수 없다고 하고

여관 따뜻한 아랫목에 엎드려

꿈결인 듯 통통배 소리 듣는다.

그 곁으로 끼룩거리며 몰려다닐 갈매기들을 떠올린다.

희고 둥근 배와 붉은 두 발들

그 희고 둥글고 붉은 것들을 뒤에 남기고

햇빛 잘게 부서지는 난바다 쪽

내 졸음의 통통배는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멀어져간다.

옛 애인은 그런데 이 겨울을 잘 건너고 있을까.

묵은 서랍이나 뒤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헐렁한 도꾸리는 입고

희고 둥근 배로 엎드려 테레비를 보다가

붉은 입술 속을 드러낸 채 흰 목을 젖히고 깔깔 웃고 있을지도

갈매기의 활강처럼 달고 매끄러운 생각들

아내가 알면 혼쭐이 나겠지.

참으려 애쓰다가 끝내 수저를 내려놓고

방문을 탁 닫고 들어갈 게 뻔하지만,

옛날 애인은 잘 있는가

늙어가며 문득 생각키는 것이, 아내여 꼭 나쁘달 일인가.

밖에는 바람 많아 배가 못 뜬다는데

유달산 밑 상보만 한 창문은 햇빛으로 고요하고

나는 이렇게 환한 자부럼 사이로 물길을 낸다.

시린 하늘과 겨울 바다 저쪽

우이도 후박나무숲까지는 가야 하리라.

이제는 허리가 굵어져 한결 든든한 잠의 복판을

저 통통배를 타고 꼭 한번은 가닿아야 하리라

코와 귀가 발갛게 얼어서라도

- 김사인,​『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