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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그날의 울분을 되씹으며” : 곽현정 열사(1966-1988)

들꽃 호아저씨 2022. 9. 13. 02:19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곽현정 열사(1966-1988)

곽현정 열사(1966-1988)

 

1985년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한 곽현정 열사는 1986년 '건대항쟁'에 참여하여 구속된 후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115일 만에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건대항쟁 진압과정과 구속 중 갖은 폭행과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1987년 봄학기와 가을학기를 간신히 마치고 휴학하였다. 건대항쟁 전과 후에도 수차례 경찰에 연행되어 구류를 사는 등 투쟁의 선봉에 섰던 곽현정 열사는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 1988년 4월 1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1986년 10월 28일 건대항쟁 당시 모습

 

곽현정 열사 글

 

그날의 울분을 되씹으며

 

“은밀한 침실이 아니어도 그것은(?)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사람을 긴장시킨다. 그날 아침도 역시 그랬다. 새벽에 일어나 병점에서 서울의 건국대학교까지 내내 흥분, 긴장상태였다. 넓은 교정, 그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많은 사람들, 많은 함성 소리, 그것은 차라리 완전히 공개된 자유의 마당이요, 해방의 거리였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끊이지 않는 인해전술과 최루탄 공세는 눈뜨고 지켜볼 수 없는 지옥의 도살장과 같았다. 문 하나만 깨지면 건물 안의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개같이 끌려가야 할 판이었다. 모두들 이성을 잃었다. 그 누구도 침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손에 잡히는 것은 모조리 좋은 무기였다. 심지어는 화장실의 세면대와 변기까지 깨서 사용하였다. 나중에는 그것도 모자라서 숨이 턱턱 막혔다.”

 

‘타타타..... 타타타.....’

‘크허어억, 켜아악.....’

‘타악, 호억!’

 

오호! 이것이었구나! 그날 광주의 대 울음이,, 피바다가!”

 

“ ‘잊지 않으마, 내 잊지 않으마, 원수들아,’ 멀리 옥상에서 흰 깃발이, 패배의 몸짓이 발악적으로 꿈틀거렸다. 곧이어 부상자가 속출했다. 검은 연기 속의 본관을 뒤로한 채 기자들과 전경들 사이로 어기적 어기적 끌려나갔다. 결국 살아서 걸어 나갔다.”

 

동대문서 유치장 이층

 

만 열아흐레 스무날의 밤낮을 흉측 포악 무도한 형사님 상전에서 폭행, 협박, 폭언, 기만과 회유를 당하며 죽도록 버텼다.

 

“몽둥이질로, 구둣발로, 이 땅 용공, 좌경 분자(?)들이 말살 가능하다면 실컷 맞아주마! 그러나 너희들은 더 큰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앞 책상에 앉은 1학년 두 녀석은 맞다 못해 돌이 스무 개요, 화염병이 대여섯 개요라고 말했고 골고루 나누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냐고 묻는 형사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형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그들을 넘겼다. “

 

“1987년 2월 14일 법정에 섰다. 실형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이 내려졌다. 눈을 감고 이를 물고 서 있다가 이내 큰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오후 5시, 드디어 출소식이다.

“소내 계신 애국시민 여러분! 그리고 민주 학우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한신대 2학년 만 일백 열닷새만에 출소합니다. 이거 놔요, 인사도 못해요? 진정한 조국의 해방과 이 땅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어우러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곽현정 열사가 출소 후 『한신』 네 번째 가을호에 투고한 글 일부 /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건대항쟁 : 건대항쟁은 1986년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66시간 50분 동안 건국대에서 전개된 학생 민주화운동이다. 전두환 정권 퇴진 요구 시위를 벌이고 해산하려던 학생 2천여 명을 경찰이 '용공좌경 분자'라며 진압해 1천500여 명을 연행하고 1천288명을 구속했다. 이는 단일 사건으로는 건국 이래 최다 구속 기록이다. 검찰은 398명을 기소했는데 이 역시 최다 기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