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더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들꽃 호아저씨 2022. 11. 6. 12:07

 

 

손에 대한 예의 / 정호승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 『여행』(정호승, 창비, 2013)

 

 

 

박이다1 동사

 

【…

 

1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

 

주말마다 등산하는 버릇이 몸에 박여 이제는 포기할 수 없다.

선생티가 박인 삼촌은 언제나 훈계조로 말한다.

 

2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

 

마디마디 못이 박인 어머니의 손.

나는 큰 빗과 작은 빗, 면도칼 따위를 잽싸게 바꿔 들며 움직이는 이발사의 굳은살 박인 손을 바라보았다.오정희, 유년의 뜰

 

 

 

박이다와 박히다

 

의미 차이는 알겠는데요 그 쓰임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구분이 안 갑니다.'(가슴)에 못이 박이다''(가슴)에 못이 박히다'는 둘 다 가능하지 않나요. 구분 좀 해 주세요.

 

'박히다''박다'의 피동사로 '같은 말을 여러 번 듣다'는 뜻으로 '귀에 못이 박히다'라는 관용구에 쓰입니다. 반면 '박이다'는 아시는 것처럼 '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 '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굳은살'을 뜻하는 ''과 결합하여 '손에 못이 박이다'와 같이 씁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귀에 못이 박히다''''손에 못이 박이다'''이 의미상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반적으로 '귀에 못이 박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고 풀이합니다. 기존 사전에서는 '귀에 못이 박히다'로 나와 있는 것과 '귀에 못이 박이다'로 나와 있는 것이 반반이나, 국립국어연구원의 풀이와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로 '귀에 못이 박히다'를 관용구로 제시합니다. 문맥을 통해 구분해야 합니다.

 

 

 

'인이 박이다'라는 관용구가 있습니다.'박히다'가 아닌 '박이다'를 씁니다.'''여러 번 되풀이하여 몸에 깊이 밴 버릇'을 뜻하는 말로, '인이 박이다''되풀이하여 버릇처럼 몸에 배다.'라는 뜻을 나타냅니다.가령, '술에 인이 박이다.'처럼 씁니다.'인이 박이다'가 일본식 관용구라는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1. 손에 못(굳은 살)이 박이다 / 박히다 어느쪽이 맞나요?

2. 그 말을 너무 자주 들어서 귀에 못이 박이다/ 박히다 어느쪽이 맞는지요?

 

'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는 뜻의 동사는 '박이다'입니다. () 마디마디 못이 박인 어머니의 손<<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귀에 못이 박히다'가 관용구로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따라서 '귀에 못이 박이다'로 나와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귀에 못이 박히다''''손에 못이 박이다'''과 같이 볼 수도 있으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반적으로 '귀에 못이 박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써서 관용을 인정하여 사전에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좀 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귀에 못이 박이다'라고 적은 것을 잘못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똑똑 우리말] 박이다와 배기다/오명숙 어문부장

 

몇 해 전 유명 발레리나의 발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사진 속 그녀의 발은 굳은살로 인해 울퉁불퉁해져 있었다. 굳은살은 그 사람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 주는 증표다.

 

흔히 손이나 발 등에 굳은살이 생긴 모습을 표현할 때 굳은살이 배기다또는 굳은살이 박히다라고 한다. 이는 바른 표현일까. 정답은 둘 다 아니다. ‘굳은살이 박이다로 써야 한다.

 

박이다를 쓸 자리에 배기다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배기다바닥에 닿는 몸의 부분에 단단한 것이 받치는 힘을 느끼게 되다란 뜻으로 몸의 일부가 다른 부분과 접촉한 상태에서 힘을 느낄 때 사용하는 말이다. ‘하루 종일 방바닥에 누워 있었더니 등이 배긴다’, ‘오래 앉아 있었더니 엉덩이가 배긴다따위로 쓰인다. 반면 박이다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 ‘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란 뜻으로 반복적인 생활 습관으로 몸의 일부에 변화가 와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즉 손이나 발바닥 따위를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해 살이 단단해진 상태를 이를 때는 굳은살이 박이다라고 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박이다를 쓰면서 박히다와 혼동하는 사례도 많다.

 

박히다박다의 피동사로 의자에 박힌 못’, ‘방구석에 박혀 나오질 않는다처럼 쓰인다. ‘박히다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박는 경우에 사용되는 말로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