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 / 안희연
앞니가 부러지는 꿈을 꿨어
이가 상하는 꿈은 백이면 백 흉몽이라던데
이제는 호들갑 떨지 않는다
몫이었겠지,생각한다
몫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사랑했던 것은 아니야
악어처럼 나를 물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지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리는 말이잖아
다른 방도는 없다는 듯이
어디 한 번 달아나보라는 듯이
이런 장면이 겹쳐지기도 했어
죽은 토끼를 가운데 두고 맹렬히 싸우는 두 사람
묻자고 말하는 쪽과 묻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쪽
각자의 몫이 있었을 거야
토끼는 그저
유독 피곤했던 것일 수도
그날따라 잠이 미로처럼 깊어 약속 시간에 조금 늦은 것이었을지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어
피에로의 고깔모자가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총새의 속눈썹이 견딜 수 있는 무게는 얼마인지
죽음이 드나드는 문은 어디에 있는지
몫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될는지도
이제는 조바심 내지 않는다
기차는 길고 길다는 건
기차의 몫이 그러하므로 어떻게든 계속 가야 한다는 뜻
영원히 잠든 토끼의 영원히 찾지 못할 영혼을 생각하면
몫이라는 말 결코 다정하지는 않지만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 2020, 116~117쪽)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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