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곱게 빤 밀가루"가 틀린 까닭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곱게 빤 밀가루"가 틀린 까닭 올해 치러진 수능국어 13번 문항은 난도 자체가 그리 높은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우리말 용언의 활용법을 전반적으로 꿰고 있지 않으면 답을 찾기 힘든 문제였다. 그만큼 까다로운 활용 예들이 제시됐다. 교착어인 우리말은 어미 활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잘 구사해야 매끄러운 문장이 나온다. ‘빻다’는 규칙동사…활용 시 어간형태 유지해 보기의 예시문 ‘ⓒ갈은(→간) 마늘’은 ‘ㄹ’탈락 용언의 활용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다. 글쓰기에서 흔히 저지르는 오류다. 기본형 ‘갈다’가 ‘갈고, 갈면, 갈지’ 식으로 활용하다가 유독 어미 ‘-네, -세, -오, -ㅂ니다, -ㄹ수록/-ㄹ뿐더러’ 앞에서 ‘ㄹ’ 받침이 탈락한다(한글맞춤법 제18항). 이걸..

우리말 이야기 2022.04.21

[우리말 이야기] 월세방, 사글셋방

[바른말 광] 월세방, 사글셋방 사이시옷은, 참 어렵다. 글로 밥을 먹고사는 기자들도 교열기자에게 띄어쓰기 다음으로 가장 많이 묻는 게 사이시옷이다. 말에 관한 전문가인 교열기자들 역시 가끔은 헷갈려서 사전을 찾아봐야 할 정도니 더 말해 뭣하랴. 게다가 사전이 미처 따라잡을 새가 없을 정도로 새말이 생겨나니, 사이시옷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당연하다. ​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뚝한 규정 하나가 정말 고맙다. 한자어일 때는 두 음절로 된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6개에만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는 한글 맞춤법 규정 말이다. 이 여섯 가지 예외만 기억하면 한자말에 들어가는 사이시옷은 대개 해결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우리말 이야기 2022.04.21

[우리말 이야기] 내일 뵈요? 봬요?

[우리말 바루기] 내일 뵈요? 봬요? 문자메시지에서 눈에 자주 띄는 말이 ‘뵈요’다. “내일 뵈요” “이따 뵈요” “다음에 뵈요”와 같은 표현이다. 맞는 표기일까? 아마도 이 ‘뵈요’를 쓴 사람도 맞는가 속으로 갸우뚱했을 가능성이 있다. 말로 할 때는 정확한 철자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으나 막상 적으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헷갈리는 낱말이다. ‘뵈다’의 어간은 ‘뵈’이다. 여기에 ‘고’ ‘니’ ‘면’ 등 연결어미가 붙을 때는 그대로 결합하면 된다. 즉 ‘뵈고, 뵈니, 뵈면’ 등이 된다. 문제는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인 ‘요’가 붙을 때다. ‘요’는 어간과 바로 결합하지 못한다. 어미인 ‘어’를 추가해야 한다. ‘먹다’의 ‘먹’에 ‘요’를 붙일 때 ‘먹요’가 되지 못하..

우리말 이야기 2022.04.20

[우리말 이야기] 맛있대? 맛있데!

[바른말 광] 맛있대? 맛있데! ​ 이 신문 제목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면, 우리말 실력이 상당한 편이다. 물론 잘못을 정확히 잡아낸다면 더 좋을 터. 틀린 말은 '한데요'다. 듣는 사람을 존대하는 조사 '요'를 빼면, 결국 '-데'라는 어미가 문제인 것. 사전을 보자. ​ * -데:('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하게할 자리에 쓰여,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와서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보기)그이가 말을 아주 잘하데./그 친구는 아들만 둘이데./고향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데. ​ 이렇게 풀어 놓으니 좀 복잡해 보이지만, '직접' 경험했으면 '-데'로 쓴다는 요령만 알면 아주 간단하다...

우리말 이야기 2022.04.20

[우리말 이야기] 참석키로, 통합키로 / 참석기로, 통합기로

[우리말바루기] 739. '참석키로'(?) 했다 ​"이번 회담에는 34개국 정상이 참석키로 돼 있었다." "이 회사는 PC 부문과 프린터 부문을 통합키로 했다." ​위 예문에서 '-하기로'를 줄여 '-키로'로 적은 '참석키로, 통합키로' 등은 어문 규정상 올바른 형태가 아니다. '참석기로, 통합기로'처럼 적어야 옳다. ​한글 맞춤법은 "어간의 끝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고[간편케(간편하게), 다정타(다정하다), 연구토록(연구하도록), 정결타(정결하다), 가타(가하다), 흔타(흔하다)],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갑갑지(갑갑하지), 거북지(거북하지), 생각건대(생각하건대), 생각..

우리말 이야기 2022.04.19

[우리말 이야기] 두음법칙과 부사화 접미사 '이'와 '히' 구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용률'이 바릅니다. 한글 맞춤법 제11항에 두음법칙에 대한 풀이가 있고, 내용 중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은 '열, 율'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용률'은 규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률'로 적습니다. 예) 경쟁률, 사망률, 입학률, 출생률, 취업률, 감소율, 소화율, 할인율 부사화 접미사 '이'와 '히' 구분 좀 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운영자님! 여기저기 홈 구경다니다가 우리말에 대한 이 홈페이지가 눈에 들어와 이렇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와 "히"구분은 어떻게 하죠? 예) 깨끗이,조용히... 둘째, "안"과 "않"구분은 어떻게 하는지요? 예) 않겠다(?). 안겠다(?)평소에 궁금한 거 였는데 속시원히 알고..

우리말 이야기 2022.04.17

[우리말 이야기] 사겼던 사람이 할켜?

[바른말 광] 사겼던 사람이 할켜?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경험이 없어 어렵고, 실수가 잦아서 어렵다. 부산에 '항도일보'라는 신문이 있었다. 1989년 창간됐는데 한때 자매지로 경제신문까지 발행하다가 폐간됐다. 한데, 이 신문 창간 초기에 1면 제목이 이렇게 나온 적 있다. 물론 창간한 지 얼마 안 돼 어수선한 때문이었겠지만, 신문의 얼굴이라 할 1면에서 제목이 그만 엉터리로 나간 것이었다. '바른말 광' 독자라면 뭐가 잘못됐는지는 아실 터. 바로 '바꼈다'라는 서술어가 문제였다. '바뀌었다'라는 말은 더 줄일 수 없다. '바꼈다'로 쓰면 안 된다는 얘기다. '-꼈-'을 분석하면 '끼+었'으로 나뉜다. 그러니 '베꼈다, 비꼈다'는 '베끼다, 비끼다'에 과거를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었-'..

우리말 이야기 2022.04.16

[우리말 이야기] '장광설'은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장광설'은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이죠 말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하다. 별의별 단어들이 다 있다. 지난 호들에서 살핀 ‘주책’ ‘엉터리’ 등은 아예 뜻이 반대로 바뀌어 쓰이는 사례다. 세월이 흐르면서 말의 의미와 쓰임새가 달라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장광설’도 그중 하나다. 쓸데없이 장황하게 말을 할 때 “장광설을 늘어놓는다”고 한다. 유창한 부처님 설법 뜻하던 ‘장광설’ 인류 역사에서 장광설을 가장 잘 늘어놓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석가모니다. 그는 이 말이 태어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연을 알아보기 전에 짧은 문답풀이를 하나 해보자. ‘천동설, 감언이설, 대하소설, 성선설, 횡설수설, 장광설.’ 모두 ‘-설’로 끝나는 복합어다. 이 중 특이한 ‘-설’이 하..

우리말 이야기 2022.04.15

[우리말 이야기] 사이시옷 정리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사이시옷 정리 사이시옷은 누구에게나 골칫거리지만 규정을 잘 알고 눈으로 익히며 외우는 수밖에 별 뾰족한 길이 없다. 사이시옷이 붙는 환경은 순 우리말 합성어에서 3가지, 순 우리말+한자어 합성어에서 3가지, 한자어에서 1가지로 모두 7가지다. '순 우리말+순 우리말' 합성어 중에서 3가지는 (1)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냇가,햇볕) (2)뒷말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거나(아랫니, 잇몸) (3)뒷말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날 때(뒷일, 깻잎)이다. '순 우리말+한자어' 합성어에서 3가지는 (4)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콧병, 햇수) (5)뒷말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거나(곗날, 툇마루) (6)뒷말 첫소리 모음 앞에서 ..

우리말 이야기 2022.04.14

[우리말 이야기] 다만, 한자어라고 하더라도 ‘庫間, 貰房, 數字, 車間, 退間, 回數’의 여섯 낱말은 예외로 사이시옷을 받쳐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라고 적는다

프로스펙스에서는 요즘 전문 워킹화를 내놓고 주요 신문에 연일 전면 광고를 싣고 있다. 이 누리사랑방의 ‘걸어 볼까’ 코너를 봐도 알겠지만 기자도 걷기를 좋아한다. 자연스레 이 광고가 실린 첫날부터 눈길을 주게 됐다. 첫날 이 광고를 본 순간 ‘옳거니, 좋은 사례가 실렸구나’ 했다. ​ 그런데 5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에서와는 달리 이튿날인 15일자 다른 신문들에 실린 광고에서는 문제의 낱말을 고쳤다. 14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뒷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표현했는데 15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뒤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고쳤다. ​ ‘뒷꿈치’는 프로스펙스가 고친 것처럼 ‘뒤꿈치’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건 사이시옷과 관련한 것이다. 사이시옷은 언제 받쳐 적느냐는 것은 쉽게 알기 어렵다. ..

우리말 이야기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