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그러하지요 → 그렇죠 → 그죠/그쵸?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그러하지요 → 그렇죠 → 그죠/그쵸? “코로나가 다시 늘어나서 피시방, 노래방, 이런 데 다 영업중단이라고 해요. 장사하시는 분들 속상하시겠어요. 그죠? 게다가 태풍까지 와서 너무 걱정이에요. 하지만 잘 이겨내야 돼요. 그쵸?”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의 근심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는 말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죠’나 ‘그쵸’를 덧붙인다. 구어에서 쓰는 ‘그죠/그쵸’ 어법에 안 맞아 일상 대화에서 ‘그죠/그쵸’는 아주 흔히 쓰는 말이다. “이게 맞지~, 그지~” 이런 말도 많이 한다. ‘그지’ 대신 ‘그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글로 쓸 때면 좀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써도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죠/그쵸, 그지/그치..

우리말 이야기 2022.04.13

[우리말 이야기] `얽히고설키다`를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

`얽히고설키다`를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 ​ # 얼키고설킨 이해(利害) 관계… 풀리지 않는 재개발 보상 갈등 ​ # 불황기에 드라마를 통해 얼키고설킨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는 게… ​ # 이처럼 얼키고설킨 의혹에 이명박씨의 또 다른 역할이 있었는지… ​ 지난해 말부터 최근에 걸쳐 우리 사회에 일어난 몇몇 사건 사고 등을 전달하는 이 보도 문장들을 보면 특이한 단어가 하나 눈에 띈다. '얼키고 설킨'이란 말이 그것인데, 어떤 경우에는 이를 붙여 쓰기도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얼키다'란 단어는 물론이고 '설키다'란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얽히고설키다'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 흔히 '얽히고(서+ㄺ)히다,얼키고설키다..

우리말 이야기 2022.04.12

[우리말 이야기] 남에선 '깃발', 북에선 '기발'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남에선 '깃발', 북에선 '기발'로 쓰죠 우리 맞춤법은 형태주의를 기반으로 해 표음주의를 절충했다. 한글 맞춤법은 총칙 제1항에서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지난호에선 ‘한라산-한나산’의 사례를 통해 우리말 적기 방식인 표음주의와 형태주의의 차이를 살펴봤다. 표음주의란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뜻이다. 형태주의란 소리와 상관없이 같은 단어는 언제나 같은 형태로 적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말을 적는 규칙인 한글 맞춤법은 표음주의일까? 형태주의일까? 한글이 소리글자(표음문자)이니 맞춤법도 표음주의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한글맞춤법은 형태·표음주의 절충 우리 맞춤법은 형태주의를 기반으로 해 표음주의를 절..

우리말 이야기 2022.04.12

[우리말 이야기] '백주대낮'은 곧 '벌건 대낮'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백주대낮'은 곧 '벌건 대낮'이죠 “이제 더 이상 이런 불법폭력이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개혁해야 합니다.” 얼마 전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이른바 강성 귀족노조로 알려진 노동단체를 비판하며 언급한 대목이다. 정치는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 문장 안에 쓰인 ‘백주대낮’이란 표현이 익숙하면서도 어딘지 좀 어색하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백주대로’를 비틀어 ‘백주대낮’이라 말해 이 말을 꽤 자주 접한다. “백주대낮에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백주대낮에 버젖이 거짓말하다니….” 그런데 막상 사전을 찾아보면 ‘백주대낮’이란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원래 ‘백주대로’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을 비틀어 변형된 형태로 쓴..

우리말 이야기 2022.04.10

[우리말 이야기] '알이백'은 왜 소통 실패를 불러오나?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알이백'은 왜 소통 실패를 불러오나?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일이 10월 26일에서 12월 6일로 바뀔 수 있을까? 기억에도 아스라해지는 이 사건을 역사는 ‘10·26 사태’라고 부른다. 그런데 실제로 이날이 12월 6일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졌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다. 당시 한 방송사는 야당의 대선 후보 청문회 소식을 전하면서 “십이륙(10·26) 사태 직후”라는 언급을 했다. 이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활자로 옮기면서 ‘12·6 사태 직후’라고 입력한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도 잘못된 표기가 그대로 전송되는 ‘사태’를 빚었다. ‘RE100’은 낯선 말…읽는 법 정해지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음의 불완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

우리말 이야기 2022.04.09

[우리말 이야기] '숟가락'을 '숫가락'을 적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숟가락'을 '숫가락'을 적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숟가락'을 '숫가락'으로 적지 않는 것은 한글 맞춤법 규정 제29항과 관련됩니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라고 하면서, '반짇고리, 사흗날, 삼짇날, 섣달 등처럼 바느질, 사흘, 삼질'이 '고리, 날, 달'과 결합하면서 그 받침의 발음이 'ㄷ'으로 소리 나는 것들은 'ㄷ'으로 적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숟가락'의 경우 '밥 한 술'의 '술'과 '가락'이 결합하면서 '술+가락'의 '술-'이 [숟]으로 발음나는 것이므로, 규정에 따라 '숫'이 아닌 '숟-'으로 적는 것입니다. 한편, 받침이 'ㄷ'으로 소리 나는 것 중에서 '덧저고리, 돗자리, 엇셈, 웃어른, 핫옷..

우리말 이야기 2022.04.08

[우리말 이야기] 명태家의 형제들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명태家의 형제들 “집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살아 있는 상태로 가져오시면 시가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포상금을 드립니다.” 미아 광고도 아니고 우스갯소리도 아니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물로 맛도 좋고 값도 비교적 싸서 예로부터 서민들이 즐겨 찾던 명태가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 만큼 귀해진 것이다. 급기야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최근 ‘동해안 살아있는 명태를 찾습니다’란 전단을 제작해 배포에 나섰다고 한다. 또 일본과 함께 동해의 주요 어종인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세미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삶에서 명태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는 우리말에 명태를 가리키는 말들이 수없이 많은 데서도 알 수 ..

우리말 이야기 2022.04.06

[우리말 이야기]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맞춤법은 각각의 단어를 아는 것보다 원리원칙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앞에서 살폈듯이 어간의 모음 '이' 뒤에 어미 '-어'가 오면 '-여'로 줄어드는 게 우리말 일반 원칙이다. “전화번호가 OOO-××××로 바꼈어요.” “그는 그녀와 중학교 때부터 사겼다고 한다.” “그 여자는 내 말에 콧방귀만 꼈다.” 이런 말에는 공통적인 오류가 들어 있다. ‘바꼈어요, 사겼다고, 꼈다’가 그것이다. 각각 ‘바뀌었어요, 사귀었다고, 뀌었다’를 잘못 썼다. ​ 한글 모음자에 ‘ㅜ+ㅕ’ 없어 더 이상 줄지 않아 이들의 기본형은 ‘바뀌다, 사귀다, 뀌다’이다. 공통점은 어간에 모두 모음 ‘ㅟ’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뒤에 모음 어미..

우리말 이야기 2022.04.04

[우리말 이야기] "주십시요"라는 말은 없어요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십시요"라는 말은 없어요 몇 해 전 이른바 ‘다나까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대화에서 말의 끄트머리를 ‘-다’나 ‘-까’로만 맺는다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 ‘그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같은 게 대표적인 다나까체다. 주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언어 예절로 알려졌지만,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경어법 중 하나다. 우리 문법에서는 ‘하십시오체(體)’ 또는 줄여서 ‘합쇼체’라고도 한다. ‘-요’는 문장 종결 어미로 쓸 수 없어 합쇼체는 종결 어미로 ‘-습니다/ㅂ니다’(평서형), ‘-습니까/ㅂ니까’(의문형) ‘-십시오’(명령형) 등이 많이 쓰인다. 이 가운데 ‘-십시오’는 자칫 ‘-십시요’로 잘못 적기 십상이니 주의해야 한다. 가령 “말씀해 주십시요”, “도와주십시요..

우리말 이야기 2022.04.03

[우리말 이야기] '잘 살다'와 '잘살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잘 살다'는 '잘 지내다', '잘살다'는 '부유하다'는 뜻 ​ 합성어로 볼지, 구의 구조로 볼지를 판단하는 요령 중 하나는 '단어끼리 어울려 무언가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는지'를 보는 것이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잘사는 집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처럼 쓴다.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1970년대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기록적 경제 발전 뒤에는 국민 마음을 하나로 묶어준 노래가 있었다. 새마을운동 하면 떠오르는 이 노래 ‘잘살아 보세’가 그것이다. 전국 어디를 가든 이 노래가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잘살아’ 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 ‘못살다’는 합성어…‘가난하다’란 뜻 담아 ​ 요즘은 잊혀가는 이 노래를 새삼 끄..

우리말 이야기 2022.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