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실락원? 실낙원?

영국의 시인 밀턴이 지은 대서사시 '失樂園'이 있다. 이를 한글로 '실락원'이라 쓰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樂은 분명 '락'자가 맞다. 또 앞에 한자 '失'이 있으니, '실락원'으로 쓰는 것이 옳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失樂園'의 뜻이 뭔가? "낙원을 잃었다"는 것이다. ​ 즉 失樂園은 '失+樂園'으로 이뤄진 말이다. 따라서 樂園(락원)의 우리말 적기인 '낙원'으로 쓰고, 그 앞에 '실'을 더해 '실낙원'으로 적어야 바른 표기가 된다. 만약 '실락원'으로 쓰게 된다면 그 의미는 "즐거움을 잃은 동산"쯤이 된다. ​ '실낙원'과 비슷한 구조의 낱말로 흔히 틀리는 것에는 '連陸橋'도 있다. '連陸橋'의 '陸'은 땅을 가리키는 '뭍 륙'자다. 하지만 육지..

우리말 이야기 2022.03.27

[우리말 이야기] `가능한`과 `가능한 한`

우리말 바루기 212 - `가능한`과 `가능한 한` ​ `가능한`과 `가능한 한`은 다르다. 단어와 구(句)라는 점뿐만 아니라 문장에서 하는 구실도 다르다. ​ `가능한`은 `가능하다`의 관형사형으로 이 말 뒤에는 `가능한 일[것 등]` `가능한 수단[조치.방법.경우 등]`처럼 `가능한`의 꾸밈을 받는 명사가 나와야 한다. ​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코트 어느 곳에서든 득점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재목들이 연달아 나왔다" 등은 바르게 쓰인 예다. ​ `가능한 한`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또는 `가능한 조건하에서`를 의미하는 부사구다. 따라서 그 뒤에는 `가능한 한`이 꾸밀 수 있는 부사어나 동작을 나타내는 말이 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가능한 한`으로 써야 ..

우리말 이야기 2022.03.24

[우리말 이야기] '예/아니오' '예/아니요'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예/아니오' 말고 '예/아니요'로 답하세요 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가 진땀을 빼는 것은 미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얼마 전 미 의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SNS에서의 가짜뉴스 확산에 대해 집중추궁을 받으면서였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CEO들에게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며 일방적으로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예’ 상대어는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 일상에서도 퀴즈풀이 등 ‘예/아니오’ 답변을 요구받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이런 데 쓰이는 ‘예/아니오’는 실은 틀린 말이다. ‘예/아니요’라고 해야 바르다. “다음 물음에 ‘예/아니요’로 답하시오”와 같이 ‘예’에 상대되는 말은 ‘아..

우리말 이야기 2022.03.18

[우리말 이야기] '예/아니오' '예/아니요'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예,아니요 ​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들의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영화배우 장동건이 시위에 나섰다가 몰려든 2천여명의 팬들 때문에 시위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폭발적인 인기를 확인시킨 장동건이 들고 나온 피켓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스크린쿼터의 친구가 되어주십시요.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습니다'라는 이 피켓 글귀는 자기가 출연했고 흥행 성공도 거뒀던 영화 와 의 제목을 함께 엮어내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되어주십시요'라는 틀린 말 때문에 그렇게 큰 인기만큼이나 상대적으로 큰 부작용을 남기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다. 우리말 종결어미에 '~요'는 없다. 다만 '~오'가 있을 뿐이다. '이것은 책이요,그것은 공책이다'처럼 '~요'는..

우리말 이야기 2022.03.18

[우리말 이야기]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인가요?

[우리말 바루기] 모두 ‘며칠’로 기억하세요 ​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인가요?” 이 간단한 질문에 치매 환자는 말문이 막힌다. 자가진단표에서도 빼놓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100세 시대에 누구도 이 질문을 피해 갈 수 없게 되면서 반대로 이런 의문을 품는 이도 늘었다. ​ “‘며칠’을 따로 쓸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럴 땐 ‘몇 년 몇 월 몇 일’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이 질문에 의사는 어떻게 답변해 줘야 할까? ​ 대개 날수를 이를 땐 ‘며칠’, 그달의 몇째 되는 날을 가리킬 때는 ‘몇 일’로 사용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아예 ‘몇 일’로만 적는 이도 많지만 ‘몇 일’이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며칠이나 지났죠”든 “몇 년 몇 월 며칠”이든 모두 ‘며칠’이 바른 표기법이다. 몇..

우리말 이야기 2022.03.16

[우리말 이야기] 범과 호랑이는 그 연원이 다른 말이다. 범은 순우리말이고 호랑이는 한자어다. '虎狼이(범 호+이리 랑+이)'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사람들 입에는 호랑이가 더 익숙해 오히려 ..

범과 호랑이는 그 연원이 다른 말이다. 범은 순우리말이고 호랑이는 한자어다. '虎狼이(범 호+이리 랑+이)'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사람들 입에는 호랑이가 더 익숙해 오히려 호랑이가 순우리말, 범이 한자어인 줄 아는 사람이 꽤 있다. ​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차일피일'은 '이날 저날'이란 뜻이에요 ​ ‘까랭이 나마리 발가숭이 안질뱅이 자마리 짬자리 초리 잠드래비….’ 모두 ‘잠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우리 땅에는 잠자리를 가리키는 말이 전국에 21개나 있었다. 일제의 우리말 말살 정책에 맞서 우리말 표준을 세움으로써 민족어의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절실했다. 1936년 조선어학회에서 을 내놓은 것은 그 시작점이었다. 그때 지금의 잠자리가 표준어로 자리잡았다...

우리말 이야기 2022.03.10

[우리말 이야기]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맞춤법은 각각의 단어를 아는 것보다 원리원칙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앞에서 살폈듯이 어간의 모음 '이' 뒤에 어미 '-어'가 오면 '-여'로 줄어드는 게 우리말 일반 원칙이다. “전화번호가 OOO-××××로 바꼈어요.” “그는 그녀와 중학교 때부터 사겼다고 한다.” “그 여자는 내 말에 콧방귀만 꼈다.” 이런 말에는 공통적인 오류가 들어 있다. ‘바꼈어요, 사겼다고, 꼈다’가 그것이다. 각각 ‘바뀌었어요, 사귀었다고, 뀌었다’를 잘못 썼다. ​ 한글 모음자에 ‘ㅜ+ㅕ’ 없어 더 이상 줄지 않아 이들의 기본형은 ‘바뀌다, 사귀다, 뀌다’이다. 공통점은 어간에 모두 모음 ‘ㅟ’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뒤에 모음 어미..

우리말 이야기 2022.03.05

[우리말 이야기] `얽히고설키다`를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

`얽히고설키다`를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 ​ # 얼키고설킨 이해(利害) 관계… 풀리지 않는 재개발 보상 갈등 ​ # 불황기에 드라마를 통해 얼키고설킨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는 게… ​ # 이처럼 얼키고설킨 의혹에 이명박씨의 또 다른 역할이 있었는지… ​ 지난해 말부터 최근에 걸쳐 우리 사회에 일어난 몇몇 사건 사고 등을 전달하는 이 보도 문장들을 보면 특이한 단어가 하나 눈에 띈다. '얼키고 설킨'이란 말이 그것인데,어떤 경우에는 이를 붙여 쓰기도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얼키다'란 단어는 물론이고 '설키다'란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얽히고설키다'이기 때문이다. ​ 이 말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 흔히 '얽히고(서+ㄺ)히다,얼키고설키..

우리말 이야기 2022.03.01

[우리말 이야기] ‘육월’을 ‘유월’로 쓰는 이유

[우리말 바루기] ‘육월’을 ‘유월’로 쓰는 이유 “우와. 벌써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네. 이제 육월이야.” “육월이 뭐니, 유월이지!” 어린 시절 ‘육월’이냐 ‘유월’이냐를 놓고 친구와 아웅다웅한 추억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른이 된 지금은 대체로 ‘유월’이 바른 표현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6월’은 ‘육월’이 아닌 ‘유월’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발음하기 쉬워서다. 한자 ‘육(六)’과 ‘월(月)’이 만나 ‘六月’이 됐으므로 ‘육월’이라 해야 할 것 같지만 ‘육월’은 발음하기 어렵다. ‘유월’이 훨씬 발음하기 쉽기 때문에 표준어로 굳어진 것이다. 발음하기 어렵다고 원래 글자를 다른 글자로 바꿔 부르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런 현상은 종종 일어난다...

우리말 이야기 2022.02.24

[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맞춤법 지키기’의 괴로움

​ ‘우리말 맞춤법 지키기’의 괴로움 ​ 우리나라에는 공인된 동네북이 두 군데 있다. 누구나 마음 놓고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삼아도 괜찮은 곳들인데, 바로 기상청과 국립국어원이다. 공적 기관들인 데다 정치적 시비에도 전혀 걸릴 일이 없는 곳들이니, 사람들은 아무리 비난을 해도 명예훼손에 걸리거나 잡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별별 욕을 다 해댄다. ​ 한번은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나라 어문규정에 대해 한탄하는 선배 출판인과 댓글을 주고받다가 마시던 커피를 뿜은 적이 있다. 맞춤법 기준이 제멋대로여서 모든 사람이 틀리게 만든다는 선배의 한탄에 “뭐가 틀렸는지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하필 편집자를 택한 사람이 문제죠” 했더니, “나만 지키자니 울컥해서!”라는 답이 돌아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닌 게 아니라 정..

우리말 이야기 202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