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준말의 세계(2)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준말의 세계(2) "애인에게 채였다." "첫발을 내딛었다." "이거 얼마에요?" "길거리서 친구를 만났다." 우리말이 어렵게 느껴지는 데에는 어미(語尾)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활용법이 까다롭다는 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 준말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준말의 모습은 조사에서부터 구(句)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령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에서'는 '서'로 줄기도 한다. '길거리서 친구를 만났다''서울서 온 편지' 등에 쓰인 '서'는 '에서'와 같은 말이다. '그러잖아도'란 말을 낯설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 말은 '그러하지 아니하여도'란 구가 준 것.이 말이 줄면 '그렇지 않아도'가 되고,또 한 번 줄어 '그러잖아도'가 된다. 따라서 '그러잖아도'와 '그렇지 않아도'..

우리말 이야기 2022.01.12

[우리말 이야기] 준말의 세계(1)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준말의 세계(1) 준말은 말의 시장에서 효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 같은 의미를 담아내는 한 편리성 때문에 짧은 말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준말이 본딧말을 밀어내고 표준어가 되는 사례도 많다. '무우'와 '무'가 함께 쓰이다가 오늘날 '무'만 표준어가 된 게 그런 경우다. 이 말은 원래 중세 국어에서 '무ㅿㅜ'였던 것이 '△'이 소멸하면서 '무우'로 변한 것인데,나중에 준말 '무'가 더 널리 쓰임에 따라 '무우'는 버리고 '무'가 표준어가 됐다. 준말은 일상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야 임마!" "오랫만에." "이런 쑥맥 같으니라고." "흉칙하게스리" "남사스럽다." "애인에게 채였다." "내꺼야!" "서툴은 방식으로." "이거 얼마에요?" 이런 말들에 모두 ..

우리말 이야기 2022.01.11

[우리말 이야기] 함께하는 기쁨

[바른말 광] 함께하는 기쁨 띄어쓰기를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해야 할까.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2항은 이렇게 돼 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간단하지만, 이게 바로 띄어쓰기 원칙이자 정신이기도 하다. 즉, 각 단어를 띄어 쓰면 내용이 한눈에 들어와 뜻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서간이나 한글소설을 읽을 때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바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빽빽한 글자들이다. 굳이 옛날이야기 할 것 없이 요즘 벌어지는 실례를 보자. ①올레 10코스는 화순금 모래해변에서 시작해 산방산, 송악산을 지나 대정읍 하모까지 이어진다. 멀쩡하게 생긴 이 문장은 띄어쓰기 한 번 잘못해서 영 엉터리가 돼 버린 사례다. '화순금 모래해변'이 '화순 금모래 해변'의 잘..

우리말 이야기 2022.01.10

[우리말 이야기] 사겼던 사람이 할켜?

[바른말 광] 사겼던 사람이 할켜?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경험이 없어 어렵고, 실수가 잦아서 어렵다. 부산에 '항도일보'라는 신문이 있었다. 1989년 창간됐는데 한때 자매지로 경제신문까지 발행하다가 폐간됐다. 한데, 이 신문 창간 초기에 1면 제목이 이렇게 나온 적 있다. 물론 창간한 지 얼마 안 돼 어수선한 때문이었겠지만, 신문의 얼굴이라 할 1면에서 제목이 그만 엉터리로 나간 것이었다. '바른말 광' 독자라면 뭐가 잘못됐는지는 아실 터. 바로 '바꼈다'라는 서술어가 문제였다. '바뀌었다'라는 말은 더 줄일 수 없다. '바꼈다'로 쓰면 안 된다는 얘기다. '-꼈-'을 분석하면 '끼+었'으로 나뉜다. 그러니 '베꼈다, 비꼈다'는 '베끼다, 비끼다'에 과거를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었-'..

우리말 이야기 2022.01.09

[우리말 이야기] 이래 뵈도?

[바른말 광] 이래 뵈도? '왜 이 어여쁘고 정감 가는 곳을 몰랐던가, 반성도 된다. 살면서 줄잡아 열 번은 넘게 들렀을 중림동 약현 성당만 해도 그렇다. 걔서 남대문이 그토록 가까이 보일 줄이야.' KBS1 도시 기행 다큐멘터리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소개한 기사다. 한데, '걔'가 생뚱맞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사전)을 보자. *걔: '그 아이'가 줄어든 말.(걔도 너처럼 이 꽃을 좋아하니?/화가가 되는 게 걔 소원이다.) 이처럼 '걔'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슷한 꼴로는 '이 아이'가 줄어든 '얘', '저 아이'가 줄어든 '쟤'가 있다. 저 기사에 어울리는 말은 '게'다. 표준사전을 보자. *게: ①'거기(1)'의 준말.(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게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오너라..

우리말 이야기 2022.01.09

[우리말 이야기] 되뇌이지 말라

[바른말 광] 되뇌이지 말라 어느 신문에 실린 제목이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두 골이나 넣은 데얀 때문에 FC서울에 졌다는 기사인데, 머리글자로 운을 맞춘 '데얀'과 '데인'으로 멋들어지게 제목을 뽑았다. 한데, 멋있어 보이는 건 딱 거기까지. 이 제목에는 큰 잘못이 있다. '데이다'라는 우리말은 없기 때문이다. '데이다'는 '데다'의 피동형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데다' 자체에 피동의 뜻이 있으므로 '데이다'라는 피동 꼴은 필요 없다. 그러니 저 제목은 이라야 정확했던 것. 저처럼 착각하기 쉬운 말로는 '뉘이다'도 있다. '밤에는 뜨끈한 온수풀에 몸을 뉘인 채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라거나 '하는 수 없이 차에 몸을 뉘인 병만 족은 혹시나 야생동..

우리말 이야기 2022.01.08

[우리말 이야기] 면발은 불지 않는다

[바른말 광] 면발은 불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사이시옷에 버금가게 헷갈리는 게 'ㄷ 불규칙 활용'이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을 보자. *디귿불규칙활용: 어간 말음인 'ㄷ'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변하는 활용. '묻다'가 '물으니', '물어'로, '듣다'가 '들으니', '들어'로 활용하는 것 따위이다. =ㄷ 받침 변칙·ㄷ 변칙·ㄷ 변칙 활용·ㄷ 불규칙 활용·디귿 변칙 활용. 쉽게 말해, 받침 'ㄷ'이 모음 앞에서 'ㄹ'로 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헷갈린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본 문장들. '쌀국수는 면이 불도록 끓이는 게 아니라 데치는 거라고 하네요./메밀국수는 알맞은 크기로 말아 불지 않도록 김발에 올린 후 가늘게 자른 김을 올린다.' 여기에 나오는 '불도록/불지'는 '붇도록/..

우리말 이야기 2022.01.08

[우리말 이야기] '안한다'고 하면 안 된다

[바른말 광] '안한다'고 하면 안 된다 보기에는 사소한 듯한 띄어쓰기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하면, 띄어 쓰느냐 붙여 쓰느냐에 따라 뜻이 천양지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 늘어놓을 필요 없이 바로 보기를 보자. '부푼 마음으로 제주도에 도착했지만 공항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탓에 형님과 나는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떨면서 첫날밤을 보냈다.' 이렇게 되면, 정말 이랬다면, 집안 꼴은 엉망이 된다. 형제가 노숙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게 아니다. '첫날밤'이 '결혼한 신랑과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밤'이기 때문이다. 한자말로는 '초야(初夜)'다. 그러니 부모 눈에서 눈물 나게 하지 않으려면 '첫날 밤'으로 써야 한다. 비록 '첫날'에도 '시집가거나 장가드는 날'이라는 뜻이 있긴 하지만 주로 '어떤 일이 처음..

우리말 이야기 2022.01.07

[우리말 이야기] `됐거든?`의 정체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됐거든?`의 정체 "너 개미가 사는 데 주소 알아?" "……"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러지리." 이런 썰렁한 농담을 들을 때 흔히 돌려주는 한마디가 있다. "됐거든?" 시중에 퍼져 있는 오래된 유머 한 토막이다. 여기 나오는 '됐거든'은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말이다. "됐거든? 너도 똑같거든?" 이런 투의 '○○거든' 꼴로 무한정 만들어 쓸 수 있는 생산성 높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정체를 두고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표현이 맞는 것이냐는 게 의심의 요지다. 좀 더 들어가면 '됐거던'이라 해야 하는 게 바른 말 아니냐 또는 '됐거덩'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말도 괜찮은 것이냐,아니면 '됐걸랑'이라 하기도 하는데..

우리말 이야기 2022.01.07

[우리말 이야기] 주위 산만(?)

새 우리말 바루기 105. 주위 산만(?) 요즘 어린이들은 참 활발하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힌다. 외식을 하러 가도 부모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돈을 받아 따로 간다. 부모의 말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세상이 바뀌는 데 맞게 적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요즘 사회에서는 자신의 생각 없이 윗사람의 명령만 기다리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다. 적극적인 인간형을 원한다. 부모들 중 일부는 이러한 세상의 신호를 오해하거나 너무 적극적으로 수용해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행동도 막지 않는 게 한 예다. 그러나 아이가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돌아다니거나, 규칙 질서를 무시하고,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등..

우리말 이야기 202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