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어찌나 좋든지, 어찌나 좋던지 어느 것이 옳은 표현입니까?

어찌나 좋든지, 어찌나 좋던지 어느 것이 옳은 표현입니까? ​'어찌나 좋던지'가 바릅니다.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예)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아이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던지 배탈 날까 걱정이 되었다. 동생도 놀이가 재미있었던지 더 엄마를 찾지 않았다. ​ '든지'는 어느 것이 선택되어도 차이가 없는 둘 이상의 일을 나열함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쓰이거나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 쓰입니다. 예) 보조사 : 사과든지 배든지 다 좋다. 함께든지 혼자서든지 잘 놀면 되었지. 연결 어미 : 집에 가든지 학교에 가든지 해라. 계속 가든지 여기서 있다가 굶어..

우리말 이야기 2021.12.23

[우리말 이야기] `얽히고설키다`를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

`얽히고설키다`를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 ​ # 얼키고설킨 이해(利害) 관계… 풀리지 않는 재개발 보상 갈등 ​ # 불황기에 드라마를 통해 얼키고설킨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는 게… ​ # 이처럼 얼키고설킨 의혹에 이명박씨의 또 다른 역할이 있었는지… ​ 지난해 말부터 최근에 걸쳐 우리 사회에 일어난 몇몇 사건 사고 등을 전달하는 이 보도 문장들을 보면 특이한 단어가 하나 눈에 띈다. '얼키고 설킨'이란 말이 그것인데,어떤 경우에는 이를 붙여 쓰기도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얼키다'란 단어는 물론이고 '설키다'란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얽히고설키다'이기 때문이다. ​ 이 말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 흔히 '얽히고(서+ㄺ)히다,얼키고설키..

우리말 이야기 2021.12.21

[우리말 이야기] 눈부신 ‘햇빛’, 뜨거운 ‘햇볕’

[우리말 바루기] 눈부신 ‘햇빛’, 뜨거운 ‘햇볕’ 태풍이 지나간 뒤 장마전선이 이어지면서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고 있다. 때로는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기도 한다. 비가 그친 뒤 잠시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를 ‘햇볕’이라 해야 할까, ‘햇빛’이라 해야 할까?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을 뜻한다. 태양의 열(熱)과 관련된 것으로, 살갗을 통해 뜨거움 또는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피부를 햇볕에 오래 노출하면 피부가 상하거나 벗겨지기도 한다.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아직도 외출할 때 조심해야 한다” “햇볕에 피부를 그을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을 뜻한다. 태양의 광(光)선과 관련된 것으로,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다. 이로 인해 ‘..

우리말 이야기 2021.12.20

[우리말 이야기] `모듬회`야 `모둠회`야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모듬회`야 `모둠회`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에서 '모둠'이란 단어가 쓰인지 꽤 됐다. 이 '모둠'은 생산성이 제법 커 모둠과제, 모둠보고서, 모둠문제집, 모둠연구… 식으로 다른 말과 어울려 새 말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음식점에 가보면 이와 비슷한 '모듬회, 모듬안주'란 말이 있어 그 표기를 두고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모둠'이 학교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 사이에선 오히려 '모듬'이라고 해야 할 것을 잘못 쓰는 것으로 아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둠'이 바른 표기이고 '모듬'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선택'에 따른 것이다. 선택의 배경을 이해한다면 '모둠'과 '모듬'에 ..

우리말 이야기 2021.12.19

[우리말 이야기] 생각건대/생각컨대, 고백건대/고백컨대, 짐작건대/짐작컨대

생각건대, 고백건대, 짐작건대 ​ [우리말 톺아보기] 생각건대/생각컨대 ​ ‘단언하건대’의 준말은 ‘단언컨대’, ‘고민하건대’의 준말은 ‘고민컨대’이다. 그렇다면 ‘생각하건대’의 준말은? 유감스럽게도 ‘생각컨대’가 아니라 ‘생각건대’이다. ‘무심하지 않게’의 준말은 ‘무심치 않게’이지만 ‘섭섭하지 않게’를 줄이면 ‘섭섭치 않게’가 아니라 ‘섭섭지 않게’가 된다. ​ ‘-하다’가 붙은 말을 줄일 때 어떤 경우에는 ‘하’가 모두 줄고 어떤 경우에는 ‘하’의 모음인 ‘ㅏ’만 줄어들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어려운 것 같지만 원칙 하나만 기억하면 쉽다. ​ ‘-하다’ 앞에 ‘ㄱ, ㅂ, ㅅ’ 등의 무성음 받침이 있으면 ‘하’가 모두 준다. ‘생각하건대’는 ‘-하다’ 앞의 말(생각)이 ‘ㄱ’받침으로 끝나기 때문에 ..

우리말 이야기 2021.12.19

[우리말 이야기] 띄어쓰기가 중요한 이유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띄어쓰기가 중요한 이유 ​ ​ 한때 수원~광명 고속도로상에 야릇한 이름의 표지판이 등장해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동시흥분기점’이 그것이다. “동시흥분기점까지 6㎞ 남았다네…. 근데 이 이상한 이름은 뭐지?” 2016년 개통한 이후 운전자들에게 ‘엉뚱한 상상력’을 자극하던 이 명칭은 2017년 말께 ‘동시흥 분기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띄어쓰기로 엉뚱한 상상력 유발을 차단한 것이다. ​ ‘열쇠 받는 곳’이라 하면 금세 알아 ​ 예전에 ‘키불출장소’란 말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쓰인다. 이 말도 사연을 알고 나면 “아하! 그렇구나” 하겠지만 모르고서는 희한한 말일 뿐이다. “키불 출장소? 그런 데도 있나?” 사람들은 낯선 말을 받아들일 때 대개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

우리말 이야기 2021.12.18

[우리말 이야기] 맨 처음/맨손​

[우리말 바루기] 249. 맨 처음/맨손 ​ "겨우내 방 안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산으로, 공원으로 몰려든다. 운동의 계절이 됐다. 등산. 조깅 등 봄철 운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운동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맨처음`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과 강도, 운동 시간과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 저녁과 한낮의 기온 변화가 심한 봄철에는 특히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 시간을 늘려 경직된 몸을 풀어줘야 한다. 이때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정도가 적당하다." ​ 위 글에 나오는 `맨처음`은 띄어쓰기를 잘못한 경우고, `맨손`은 바르게 쓴 것이다. 둘 다 `맨-`으로 시작하는데 왜 띄어쓰기는 달리할까 궁금할 것이다. ​ `맨`이 일부 명..

우리말 이야기 2021.12.17

[우리말 이야기] `물러설래야`에 얽힌 고민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물러설래야`에 얽힌 고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말을 아끼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주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과 "(일본의 선제공격론에 대해)물러설래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두 마디였다. 그러자 '국가원수가 안 보인다'던 어느 신문은 당장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북한에도 퍼부으라는 말인지,아니면 일본에는 퍼붓지 말라는 말인지…. 속마음이야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신문이야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치면,눈길을 끄는 재미있는 현상 하나가 남는다. 우리 신문들이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양쪽으로 팽팽히 나뉘었던 것. 동아·세계·조선일보와 경향·한겨레신문은 노 대통령이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 없다"고 했..

우리말 이야기 2021.12.16

[우리말 이야기] 붓다, 붇다, 불다

붓다1 「동사」 발음 [붇ː따] 활용 부어[부어], 부으니[부으니], 붓는[분ː는] 「1」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얼굴이 붓다. 병으로 간이 붓다. 울어서 눈이 붓다. 다리가 통통 붓다. 벌에 쏘인 자리가 붓다. 편도선이 부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2」(속되게) 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 왜 잔뜩 부어 있나? 약속 시간보다 늦게 갔더니 친구가 기다리다 지쳐 잔뜩 부어 있었다. 붓다2 「동사」 「1」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자루에 밀가루를 붓다. 가마솥에 물을 붓다. 어머니는 냄비에 물을 붓고 끓였다. 「2」모종을 내기 위하여 씨앗을 많이 뿌리다. 모판에 볍씨를 붓다. 모판에 배추씨를 붓다. 「3」불입금, 이자, 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은행에 적금을 붓다. 「4」시선을..

우리말 이야기 2021.12.15

[우리말 이야기] 불은 라면

[우리말바루기] 불은 라면 "라면을 끓일 때 면보다 수프를 먼저 넣고 끓이면 면이 익는 시간이 좀 더 짧아져 면발이 쫄깃하고 덜 불은 라면이 된다" "예전 군대에서는 일요일 아침마다 밥 대신 퉁퉁 불은 라면이 나왔다"에서처럼 쓰이는 '불은'의 기본형은 무엇일까. '불다' 또는 '붓다'로 대답하기 쉽지만 '붇다'가 기본형이다. '불다'는 바람이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입술을 오므리고 그 사이로 숨을 내쉬어 소리를 내다("휘파람을 불었다"), 숨겼던 죄나 감추었던 비밀을 사실대로 털어놓다("죄를 숨김 없이 불어라") 등의 뜻으로 쓰인다. '붓다'는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거나 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편도선이 붓더니 임파선까지 부었다" "친구가 기다리다 ..

우리말 이야기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