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내딛다, 내디디다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내딛다, 내디디다 ​ '내디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밖이나 앞쪽으로 발을 옮겨 현재의 위치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무엇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범위 안에 처음 들어서다'로 풀이돼 있습니다. ​ '내디디다'는 흔히 '내딛다'란 준말로 쓰입니다. 그런데 '내디디다'는 활용형에 제약이 없지만 '내딛다'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만 함께 쓰일 수 있습니다. 즉 '내디디~'일 때는 뒤에 '고, 나, 으면, 어서' 등 어떤 어미가 와도 상관이 없지만 '내딛~' 뒤에는 '으면, ㅡ어서' 등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는 올 수 없고 '고, 는, 지만' 등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만 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뒤에 어미 '으면, 어서'가 올 때는 '내딛으..

우리말 이야기 2021.12.04

[우리말 이야기 웬만한 건 다 ‘웬’, 왠은 ‘왠지’로만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웬만한 건 다 ‘웬’, 왠은 ‘왠지’로만 ​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왠일이야?” “오늘따라 웬지 네가 보고 싶더라.” ​ 위 대화에서 ‘왠’과 ‘웬’이 잘못 쓰였습니다. 서로 바꿔야 합니다. 둘을 구분해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 ‘웬’은 ‘어찌 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웬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처럼 말할 수 있지요. 또 ‘어떠한, 즉 정체를 알 수 없는’의 의미로도 쓰입니다. ‘어젯밤에 웬 남자가 너를 찾아왔더구나’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웬’ ‘웬걸’ ‘웬일’ 등에서의 ‘웬’은 모두 ‘예상했던 것과 달리’ 또는 ‘의외의 일로’의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웬’은 ‘무슨 까닭으로, 또는 어째서’의 뜻을 가진 ‘왜’와는 전혀 관련 없는 말입니다..

우리말 이야기 2021.12.03

[우리말 이야기] 영국의 시인 밀턴이 지은 대서사시 '失樂園'

영국의 시인 밀턴이 지은 대서사시 '失樂園'이 있다. 이를 한글로 '실락원'이라 쓰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樂은 분명 '락'자가 맞다. 또 앞에 한자 '失'이 있으니, '실락원'으로 쓰는 것이 옳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失樂園'의 뜻이 뭔가? "낙원을 잃었다"는 것이다. ​ 즉 失樂園은 '失+樂園'으로 이뤄진 말이다. 따라서 樂園(락원)의 우리말 적기인 '낙원'으로 쓰고, 그 앞에 '실'을 더해 '실낙원'으로 적어야 바른 표기가 된다. 만약 '실락원'으로 쓰게 된다면 그 의미는 "즐거움을 잃은 동산"쯤이 된다. ​ '실낙원'과 비슷한 구조의 낱말로 흔히 틀리는 것에는 '連陸橋'도 있다. '連陸橋'의 '陸'은 땅을 가리키는 '뭍 륙'자다. 하지만 육지..

우리말 이야기 2021.12.01

[우리말 이야기] ‘눈곱’과 ‘배꼽’의 사연

[우리말 바루기] ‘눈곱’과 ‘배꼽’의 사연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데 현대인의 눈은 쉴 틈이 없다. 이상이 생기면 눈에서 나오는 액이 달라진다. “노란 눈꼽이 끼었어요” “눈꼽이 많아졌어요”와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배꼽 때문일까? ‘눈꼽’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른 표기법은 ‘눈곱’이다. 발음은 [눈꼽]이지만 ‘눈곱’으로 써야 한다. ‘배꼽’은 [배꼽]으로 읽고 소리대로 적는다. 둘 다 뒷말이 [꼽]으로 소리 나는데 왜 표기법은 다른 걸까? 된소리 규정을 이해하면 된다. 맞춤법은 ‘(한 형태소로 이뤄진)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소리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 생긴 자리를 뜻하는 ‘배꼽’은 둘로 쪼갤 수 없는 한 단어다. ‘..

우리말 이야기 2021.11.30

[우리말 이야기]] 사람들은 낯선 말을 받아들일 때 대개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 단위로 인식한다. 동시흥분기점은 ‘동시 흥분 기점’으로, 키불출장소는 ‘키불 출장소’ 식으로 이해하는 것..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띄어쓰기가 중요한 이유 ​ 한때 수원~광명 고속도로상에 야릇한 이름의 표지판이 등장해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동시흥분기점’이 그것이다. “동시흥분기점까지 6㎞ 남았다네…. 근데 이 이상한 이름은 뭐지?” 2016년 개통한 이후 운전자들에게 ‘엉뚱한 상상력’을 자극하던 이 명칭은 2017년 말께 ‘동시흥 분기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띄어쓰기로 엉뚱한 상상력 유발을 차단한 것이다. ​ ‘열쇠 받는 곳’이라 하면 금세 알아 ​ 예전에 ‘키불출장소’란 말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쓰인다. 이 말도 사연을 알고 나면 “아하! 그렇구나” 하겠지만 모르고서는 희한한 말일 뿐이다. “키불 출장소? 그런 데도 있나?” 사람들은 낯선 말을 받아들일 때 대개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 단..

우리말 이야기 2021.11.29

[우리말 이야기] 다만, 한자어라고 하더라도 ‘庫間, 貰房, 數字, 車間, 退間, 回數’의 여섯 낱말은 예외로 사이시옷을 받쳐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라고 적는다

프로스펙스에서는 요즘 전문 워킹화를 내놓고 주요 신문에 연일 전면 광고를 싣고 있다. 이 누리사랑방의 ‘걸어 볼까’ 코너를 봐도 알겠지만 기자도 걷기를 좋아한다. 자연스레 이 광고가 실린 첫날부터 눈길을 주게 됐다. 첫날 이 광고를 본 순간 ‘옳거니, 좋은 사례가 실렸구나’ 했다. ​ 그런데 5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에서와는 달리 이튿날인 15일자 다른 신문들에 실린 광고에서는 문제의 낱말을 고쳤다. 14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뒷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표현했는데 15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뒤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고쳤다. ​ ‘뒷꿈치’는 프로스펙스가 고친 것처럼 ‘뒤꿈치’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건 사이시옷과 관련한 것이다. 사이시옷은 언제 받쳐 적느냐는 것은 쉽게 알기 어렵다. ..

우리말 이야기 2021.11.28

[우리말 이야기] 이제는 드물지 않은 나이 된 일흔…'고희'보다 '종심'의 가치 새겨볼만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제는 드물지 않은 나이 된 일흔…'고희'보다 '종심'의 가치 새겨볼만 '종심(從心)'은 공자가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논어》 위정편)라고 한 데서 연유한다. "나이 일흔에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라고 했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상태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말이다 국내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의 공급망을 타고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덩달아 등장인물들도 주목받았다. 그중 ‘칠순’으로 최고령 게임 참가자인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오영수 분)도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치매 증세가 있는 데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 목숨 건 게임에서 오히려 겁 없이 활약한다. 일흔 살은 예부터 드물어서 ‘..

우리말 이야기 2021.11.27

[우리말 이야기] “설거지나 하세요”

[우리말 바루기] “설거지나 하세요” ​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없다. 빈 식탁에 흰 종이 한 장만 달랑 놓여 있다. ​ "여보 시장 갔다 올께, 밥 차려 먹어." ​ 아유, 밥이나 좀 차려 놓고 가지. 그렇지만 내가 간 큰 남편은 아니잖아. 냉장고 뒤져 김치 꺼내놓고 밥통에서 밥을 퍼 얌전히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런데 `갔다 올께`라고? 밥은 못 차려주더라도 쪽지는 제대로 써야지. 맞춤법 바뀐 지가 언젠데. 어디 이걸로 한번 기를 꺾어 볼까? ​ 아직도 맞춤법이 바뀐 걸 모르는 분들은 살짝 알려드릴 테니 기억해 두기 바란다. ​ 전에는 `갈께`, `할께`처럼 `-ㄹ께`로 적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이젠 `갈게`, `할게`처럼 표기하는 게 맞다. 자세히 설명하면 ⑴`-ㄹ게`, `-ㄹ지니라`, `-ㄹ지어다`,..

우리말 이야기 2021.11.27

[우리말 이야기]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맞춤법은 각각의 단어를 아는 것보다 원리원칙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앞에서 살폈듯이 어간의 모음 '이' 뒤에 어미 '-어'가 오면 '-여'로 줄어드는 게 우리말 일반 원칙이다. “전화번호가 OOO-××××로 바꼈어요.” “그는 그녀와 중학교 때부터 사겼다고 한다.” “그 여자는 내 말에 콧방귀만 꼈다.” 이런 말에는 공통적인 오류가 들어 있다. ‘바꼈어요, 사겼다고, 꼈다’가 그것이다. 각각 ‘바뀌었어요, 사귀었다고, 뀌었다’를 잘못 썼다. ​ 한글 모음자에 ‘ㅜ+ㅕ’ 없어 더 이상 줄지 않아 이들의 기본형은 ‘바뀌다, 사귀다, 뀌다’이다. 공통점은 어간에 모두 모음 ‘ㅟ’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뒤에 모음 어미..

우리말 이야기 2021.11.26

[우리말 이야기] '집에 갈게/갈께' 중 맞는 표기는 어느 것입니까?

* '집에 갈게/갈께' 중 맞는 표기는 어느 것입니까? ​ '집에 갈게'가 맞습니다. ​ 같은 된소리로 발음되면서도 어미 '-(으)ㄹ게'와 '-(으)ㄹ까'를 각각 예사소리와 된소리로 구분하여 적는 근거는 한글 맞춤법 제53항의 규정입니다. 즉, 어미 '-(으)ㄹ걸, -(으)ㄹ게, -(으)ㄹ세, -(으)ㄹ세라, -(으)ㄹ수록, -(으)ㄹ시, -(으)ㄹ지, -(으)ㄹ지니라, -(으)ㄹ지라도, -(으)ㄹ지어다, -(으)ㄹ지언정, -(으)ㄹ진대, -(으)ㄹ진저․, -올시다' 등은 예사소리로 적되, 다만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 '-(으)ㄹ까, -(으)ㄹ꼬, -(스)ㅂ니까 -(으)리까, -(으)ㄹ쏘냐' 등은 된소리로 적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ㄴ, ㄹ, ㅁ, ㅇ'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

우리말 이야기 202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