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단기필마'와 '애매모호'…같으면서 다른 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단기필마'와 '애매모호'…같으면서 다른 점 단기필마와 애매모호는 둘 다 겹말 표현이지만 사전에서의 대접은 서로 다르다. 단기필마는 사전에 없지만 사용하는 데 거부감 없이 누구나 쓴다. 이에 비해 애매모호는 사전에 단어로 올랐음에도 일본어투라는 누명을 쓴 채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삼국지에서 조자룡이 조조 군에 갇힌 유비의 아들을 구출해오는 대목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다. 말 한 필에 의지해 홀로 적진을 돌파하는 조자룡의 위용은 ‘단기필마’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이 말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이하 표준국어대사전 기준). ‘단기+필마’의 결합인데, 합성어로 처리되지 않았다. 둘 다 겹말이지만 사전 처리는 서로 달라 대신에 ‘단기’와 ‘필마’가 각각 따..

우리말 이야기 2022.01.05

[우리말 이야기] ‘코끝이 시렵던 겨울’은 잊어라

[우리말 바루기] ‘코끝이 시렵던 겨울’은 잊어라 올겨울 내내 매서운 추위가 이어졌다. 올림픽이 열린 평창과 강릉도 예외가 아니었다. 야외 경기 관람객들이 “강추위에 코끝이 시렵다 못해 콧물도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한반도를 덮친 한파로 올겨울 “시렵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시렵다’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표준어는 ‘시리다’이다.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는 뜻이다. “코끝이 시렵다 못해”는 “코끝이 시리다 못해”로 고쳐야 바르다. “두꺼운 양말을 신었는데도 발이 시려워 혼났다” “장갑을 껴도 손이 시려워요”도 틀린 표현이다. ㅂ불규칙용언인 ‘춥다’가 추워, ‘매섭다’가 매서워로 활용되는 것처럼 ‘시렵다’가 활용된..

우리말 이야기 2022.01.05

[우리말 이야기] ‘되어서’는 ‘돼서’가 되고

[우리말 바루기] ‘되어서’는 ‘돼서’가 되고 말이 가슴에 박힐 때가 있다. “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 살다 보면 이 말이 큰 울림이 되는 순간이 온다. ‘되/돼’와 관련해 맞춤법에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도 이 말을 선물하고 싶다. ‘되어서야’와 ‘되었다’를 줄여 보자. 의외로 오답을 내는 이가 많다. “엄마가 되서야 딸이 됐다”고 하면 안 된다. “엄마가 돼서야 딸이 됐다”가 바르다. “부모가 되어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도 마찬가지다. ‘되어야’는 ‘돼야’로 축약된다. “엄마가 되니 엄마가 보인다”는 어떨까? ‘되니’는 더 줄지 않는다. 동사 ‘되다’의 어간 ‘되-’에 모음 어미 ‘-어/-어서/-었-’ 등이 붙어 활용될 때는 ‘되-’와 ‘-어’를 축약해 ‘돼/돼서/됐다’와 같이 ‘돼’로 적는다. ..

우리말 이야기 2022.01.04

[우리말 이야기] ‘선뵈’인가 ‘선봬’인가?

[우리말 바루기] ‘선뵈’인가 ‘선봬’인가? 독자분께서 질문해 오셨다. 신문 제목에 나온 ‘~작품 선봬’라는 표현에서 ‘선봬’가 잘못된 말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선뵈’가 맞는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선뵈’가 맞는 말이라면 질문이 아니라 지적이 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뜻 봐서는 ‘선뵈’가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선봬’는 어딘지 모양이 아닌 듯싶다. ‘선뵈다’가 ‘선뵈고, 선뵈니, 선뵈면’ 등으로 활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선봬’도 ‘선뵈’가 아닌가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선뵈다’는 어간 ‘선뵈’로만 말이 끝날 수가 없다. ‘먹다→먹어, 예쁘다→예뻐, 우습다→우스워’에서 보듯 종결어미인 ‘-어’를 추가해야 한다. ‘선뵈다’ 역시 어간인 ‘선뵈’에 ‘-어’를 덧붙이면 ‘선뵈어’가..

우리말 이야기 2022.01.03

[우리말 이야기] 알은척’과 ‘아는 척’은 다르다

[우리말 바루기] 알은척’과 ‘아는 척’은 다르다 ​ 분노범죄가 늘고 있다. 작은 시비가 폭행·방화·살인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편의점 주인이 단골인 자신을 아는 척하지 않아 말다툼하다 홧김에 가게에 불을 질렀다” “유산 문제로 다툰 동생이 자신을 보고도 아는 척하지 않아 욱해서 흉기를 휘둘렀다” 등이 전형적 사례다. 자신이 무시당해서라는 가해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인 “아는 척하지 않아”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단골인 자신을 알은척하지 않아” “자신을 보고도 알은척하지 않아”로 바꿔야 된다. 사람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짓다는 의미로 쓰였으므로 ‘알은척하다’가 와야 바르다. “오랜만에 거리에서 마주친 동창이 알은척하며 다가왔다”처럼 사용한다. ‘알은체하며’로 고쳐도 된다. ‘알은척하다’와 ‘..

우리말 이야기 2021.12.31

[우리말 이야기] 가장 어려운 맞춤법 ‘되’와 ‘돼’, 그러면 안 되죠? 안 돼요!

[우리말 바루기] 가장 어려운 맞춤법 ‘되’와 ‘돼’ ​ 최근 취업포털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헷갈리는 맞춤법을 조사한 결과 띄어쓰기를 제외하면 ‘되’와 ‘돼’ 구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 간단하게 설명하면 ‘돼’는 ‘되어’의 준말이다. 즉 ‘돼=되어’다. 따라서 ‘되어’로 바꾸어 보아 말이 되면 ‘돼’로 쓰고 그렇지 않으면 ‘되’를 사용하면 된다. “그는 어느새 성인이 돼[되어] 있었다”가 이런 경우다. ​ 문제는 문장이 끝날 때다. “자랑해도 되/돼” “빨리 가야 되/돼”와 같이 문장이 끝날 때 쓰이는 ‘되/돼’가 헷갈린다. 이때는 ‘되어’로 바꾸어 보아도 구분하기 어렵다. ​ 이처럼 문장의 맨 끝에서 홀로 쓰일 때는 ‘돼’가 맞다고 생각하면 된다. ‘되’는 동사 ‘되다’의 어간이기 때문에 홀로..

우리말 이야기 2021.12.30

[우리말 이야기] 소개시키면 안 돼! 소개해야지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소개시키면 안 돼! 소개해야지 ​ "윗사람에게 친구를 소개시킬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 케이블TV 방송의 교양 프로그램에 나온 강사가 자신이나 남을 소개하는 법에 관해 설명하면서 '소개시키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 상황별로 다양한 소개 법을 다뤄 내용은 유익했지만 옥에 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소개시키다'란 표현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말들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회사에 좀 늦게 도착했더니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는 거야. 그래서 주차시키느라 애 좀 먹었어." "배고픈 차에 밥을 너무 많이 먹어 소화시키려면 한참 있어야 해." ​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표현은 모두 바른 우리 말법이 아니다. '~시키다'를 잘못 썼기 때문이..

우리말 이야기 2021.12.29

[우리말 이야기]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

[우리말 바루기]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 ​ ​ 이번 주말이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길이 막히는 등 고생스러운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떨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 다음 가운데 틀린 낱말을 골라 보자. ​ ㄱ.오랫만 ㄴ.오랜만 ㄷ.오래간만 ​ 정답은 ‘ㄱ.오랫만’이다. ‘오랜만’은 ‘오래간만’이 줄어든 말로 둘 다 바른 표현이다.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를 나타낼 때 쓰인다. ​ ‘오랜만’을 ‘오랫만’으로 잘못 쓰는 이유는 ‘오래’와 ‘만’이 만나 이루어진 단어로, 그 사이에 사이시옷이 붙어 ‘오랫만’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이 의존명사라면 띄어 써야 하므로 사이시옷을 넣을 필요가 없다. 조사라 하더라도 부사와 조사가 결합..

우리말 이야기 2021.12.28

[우리말 이야기] "…것 같아요 "란 말은 그만 …"합리적 논쟁 막아 민주주의 위협"

"…것 같아요 "란 말은 그만 …"합리적 논쟁 막아 민주주의 위협" NYT 칼럼… "겸양어법이지만 말하는 순간 논리적 비판 봉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것 같아요(I feel like)"라고 모호하게 말하는 어법이 일상생활에선 물론 정치적 논의와 대학의 학문탐구 등 모든 언어생활에서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 스스로를 "까다롭다"고 말한 노스캐롤라이나대 조교수 몰리 워던은 일요일인 1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현상을 지적하면서 "`…것 같아요'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주장했다. 워던의 주장은 '…것 같아요'가 단순히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지도 믿지도 판단하지도 않은" 채 감정, 느낌을 앞세우는 말 습관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감..

우리말 이야기 2021.12.27

[우리말 이야기] ‘하선정 한포기 통째로 썰은 김치’

올 9월엔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큰 문제가 됐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은 오히려 배춧값이 폭락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양이다. ​ 배춧값이 1만 원을 훌쩍 넘자 식당 등에선 아예 김치를 내놓지 못했을 정도였다. 일반 가정에서는 김치를 담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김치를 생산하는 ‘종가집’이나 ‘CJ’ 같은 대기업도 서둘러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김치 대란’이었다. ​ 배춧값이 안정을 찾아 가던 10월 하순에 대형 할인점에 갔다가 일부러 김치 진열대 쪽으로 가 봤다. 여러 가지 김치 가운데 기자의 눈길을 끈 김치 하나. CJ의 ‘하선정 한포기 통째로 썰은 김치’였다. ‘하선정’은 다들 알다시피 2009년 타계한 요리 연구가다. 그의 이름을 상표로 쓴 김치다. 하..

우리말 이야기 202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