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안되다’와 ‘안 되다’ 구분하기

[우리말 바루기] ‘안되다’와 ‘안 되다’ 구분하기 ​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됩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 맥락상 경고로 받아들이겠지만 문구 그대로 판단하면 그 장소에선 물건 판매가 잘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친절한 안내문이 아니라 주의의 의미를 담고 싶다면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로 표기해야 바르다. 띄어쓰기 하나로 혼잡한 통로에서 허가 없이 물건을 팔지 말라는 경고문이 된다. ​ 동사 ‘안되다’는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이다. ‘잘되다’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요즘 장사가 안되네요”는 장사가 썩 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상고온현상과 잦은 가뭄 탓에 마늘 농사가 잘 안돼 걱정..

우리말 이야기 2020.03.04

[우리말 이야기] 아이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창작된 놀이(중학 생활국어 2-2 91쪽)

국어 교과서, 영어 전치사 번역투 빈번 ​ "국어 교과서에는 한문과 일본어 번역투에 비해 영어 번역투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그 중에서도 전치사구의 전이가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 김정우 경남대 교수는 최근 배달말학회의 학회지 「배달말」에 기고한 `국어 교과서의 외국어 번역투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51종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의 유형을 분석했다. ​ 그는 "번역투란 직역의 번역 방법으로 산출된 번역문에 존재하는 원문 외국어 구조의 전이 흔적"으로 정의하며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을지라도 모국어의 자연스러운 문장 규칙을 깨뜨리는" 수동적인 번역투 문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김교수는 특히 "영어의 전치사구가 국어 문장에 전이된 용례는 상당히 다양하게 조사..

우리말 이야기 2019.11.25

[우리말 이야기] 사랑과 평화 / 한동안 뜸했었지

[바른 말글] 안절부절하다 “불륜 아닌 불륜을 들킬까 안절부절했다.” 어느 매체의 기사 내용이다. 물론 ‘안절부절못했다’라고 써야 바르다. ‘안절부절못하다’는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라는 뜻의 동사다. ‘안절부절하다’로 흔히 잘못 쓰는 데는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했었지’라는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라는 노래 가사의 책임이 크다.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인데 “공무원들 가상화폐 들고 안절부절”처럼 기사 제목에 흔히 쓰인다. ‘갈팡질팡’, ‘오락가락’과 같은 쓰임새인데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부사 ‘안절부절’ 뒤에 ‘어쩔 줄 모르다’가 생략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 안절부절해”..

우리말 이야기 2019.11.24

[우리말 이야기] `아니예요`가 아니에요

새 우리말 바루기 30 - `아니예요`가 아니에요 ​ `아니예요`와 `아니에요` 중 어느 것이 바른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흔히 `아니예요`로 잘못 쓰기 쉬운데, 이는 `저예요` `할 거예요` 등과 같이 `-예요`꼴이 어색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예요`는 `이에요`가 줄어든 말이며, `이`는 명사를 서술어로 만드는 조사다. 명사의 경우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 받침이 없으면 `예요`와 결합한다. `이예요`는 없는 형태다. ​ `책+이에요→책이에요, 꽃이에요, 셋이에요, 선물이에요, 집사람이에요` 등과 같이 받침이 있는 명사에는 `이에요`가 붙는다. ​ `저+예요→저예요, 나무예요, 하나예요, 거예요` 등과 같이 받침이 없는 명사에는 `예요`가 붙는다. 받침이 없을 때는 `이에요`보다 `예요` ..

우리말 이야기 2019.11.23

[우리말 이야기] 지금이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인가요?

다음 중 어색한 문장은? ​ 1.몇 월 몇 일에 일어난 사건인지 알려주시오. 2.며칠 자 편지인지 날짜 없는 편지가 왔다. 3.며칟날이 그의 생일인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4.며칠을 생각다 못해 그녀를 찾아갔다. 5.몇 일 보지 못하는 사이 그는 폐인이 되어 있었다. ​ 몇 일은 며칠을 잘못 쓴 표현이다.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으므로 며칠로 쓴다. 그리고 며칠과 날의 합성어는 며칠날이 아니고 며칟날이다. 따라서 (1)번은 몇 월 며칠이 되어야 하고 (5)번도 며칠로 고쳐야 옳은 표현이 된다. “지금이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인가요?”라는 문장에서 ‘년’, ‘월’, ‘시’, ‘분’은 관형사 ‘몇’과 함께 쓰지만 왜 ‘며칠’은 ‘몇 일’로 쓰지 않고 ‘며칠’로 적는 것일까? ..

우리말 이야기 2019.11.23

[우리말 이야기] 소통하는 말, 억압하는 말

소통하는 말, 억압하는 말/ 서정오 옛이야기 한 자리. 옛날에 어떤 농사꾼이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어느 큰 기와집에 들어가 하룻밤 재워 달랬것다. 집주인은 글깨나 읽은 벼슬아치인데, 재워 달라는 사람 재워는 안 주고 종이에 글자 석 자를 쓱쓱 써서 눈앞에 들이미는구나. “자, 읽어 보게나. 이게 다 무슨 잔가?” 들여다보나 마나 뭐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지. 평생 땅만 파먹고 산 농사꾼이 한자를 알 턱이 있나. 입맛만 쩍쩍 다시고 있으니 벼슬아치 하는 말이, “이건 하늘 ‘천’ 자고, 이건 임금 ‘군’ 자고, 이건 아비 ‘부’ 잔데, 사람이 하늘, 임금, 아비도 몰라봐서야 어찌 사람이라 하겠나. 우리 집에는 사람만 재우지, 사람도 아닌 것은 못 재우네.” 이러거든. 농사꾼이 그 말을 듣고 ..

우리말 이야기 2019.11.02

[우리말 이야기]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첫째 권 『건방진 우리말 달인』, 둘째 권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셋째 권 『나도 우리말 달인』은 어느 신문사 교열부 기자 엄민용이 쓴 책이다. 지금까지 우리말과 글을 주제로 쓴 책들이 참 많은데 이 책은 그동안 나온 책들과는 달리 ‘어떤 딱딱한 틀’을 깨고 참 쉽고 재미있게 썼다. 한동안 ‘건우달’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도 했을 만큼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나도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배운 것도 많다. 탈이 난 건 셋째 권에서다. 먼저 나온 두 권을 읽고는, 말하자면 전문가들이 늘 문제라는 생각을 했지만 셋째 권 『나도 우리말 달인』을 읽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세 권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지시관형사를 복수로 쓰..

우리말 이야기 2019.10.31

[우리말 이야기]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마태복음 6:3

셋째 권 ?나도 우리말 달인?에서는 우리말 토씨 ‘의’를 다루면서 나 같은 사람을 가리켜 ‘의’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아주 작정을 하고 썼다. 그러면서 ‘와의’ ‘에의’ ‘에로의’ ‘에게로의’……, 마음 놓고 쓰라고 한다. 옛 문헌을 들이대는가 하면 어느 대학의 교수가 전혀 문제 삼을 까닭이 없다고 한 주장까지 들이대면서 나 같은 사람을 겁준다. ‘나의 살던 고향’ ‘과학에의 초대’ ‘새떼에게로의 망명’……. 다 써도 된다고 주장한다. 사전도 거든다. ‘나의 살던 고향’에서 ‘의’가 주격조사 구실도 한다는 풀이를 해 놓았다. ‘나의 읽던 책’ ‘나의 먹던 밥’……. 이게 말인가, 글이 되는가.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일제 식민지 시대에 번역한 성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른손의 하는 것..

우리말 이야기 2019.10.29

[우리말 이야기] 죽은 과거완료를 위한 파반느

죽은 과거완료를 위한 파반느 “못생겼었다. 그러나 사랑했었다.” 박민규의 소설 를 몇 달 전 읽었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통타하는 명작이었다. 읽는 내내 위트와 통찰이 넘치는 비유들과 독창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에 감탄했다. 작가에게 헌사를 바치고 싶다. 딱 하나만 빼고! 이 소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못생겼었다. 그러나 사랑했었다”는 문장이 그걸 암시한다. “못생겼다. 그러나 사랑했다”고 하지 않고 굳이 동사어미 부분에 ‘었’을 집어넣었다. 이건 ‘엇박자’가 아니라 ‘었박자’다. 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이 칼럼에서 몇몇 소설에 관한 사소한 아쉬움을 토로했었다.(‘한 적이 있다’라고 하지 않고 굳이 ‘했었다’라고 써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선 ‘그리고’의 과잉을 지적했..

우리말 이야기 2019.10.23

[우리말 이야기] `아니예요`가 아니에요

새 우리말 바루기 30 - `아니예요`가 아니에요 `아니예요`와 `아니에요` 중 어느 것이 바른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흔히 `아니예요`로 잘못 쓰기 쉬운데, 이는 `저예요` `할 거예요` 등과 같이 `-예요`꼴이 어색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요`는 `이에요`가 줄어든 말이며, `이`는 명사를 서술어로 만드는 조사다. 명사의 경우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 받침이 없으면 `예요`와 결합한다. `이예요`는 없는 형태다. `책+이에요→책이에요, 꽃이에요, 셋이에요, 선물이에요, 집사람이에요` 등과 같이 받침이 있는 명사에는 `이에요`가 붙는다. `저+예요→저예요, 나무예요, 하나예요, 거예요` 등과 같이 받침이 없는 명사에는 `예요`가 붙는다. 받침이 없을 때는 `이에요`보다 `예요` 발음이 자연스럽..

우리말 이야기 201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