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열사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그들의 죽음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다’ : ‘오늘의 열사’ 송광영(1958-1985.10.21)

들꽃 호아저씨 2021. 10. 21. 16:23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 송광영 열사(1958-1985) : 1985년 9월 17일 전두환 군사 독재정권의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과정에서의 학살 행위를 규탄하고 학생 탄압을 위한 악법인 ‘학원안정법’ 철폐를 외치며 교내 운동장에서 분신, 항거했고, 10월 21일 사망했다. 

 

 

 

그들의 죽음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다 / 김남주

 

             그대가 끝내지 못한, 그것이 그대를 위대하게 하리라 - 괴테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이 내린다

눈 위에 눈이 내리고

눈 위에 눈이 내리고

발밑까지 발목까지 내리고

길가의 솔밭의 무덤가에 내리고

하염없이 내리고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부질없는 눈물이 아니다

그들은 오로지

굶주림의 한계를 알고 싶었을 뿐

그들은 오로지

어둠의 깊이를 보고 싶었을 뿐

결코 죽음으로 간 것은 아니다

결코 죽음으로 간 것은 아니다

그렇듯이 모든 것이 혁명도 그렇듯이

한 나무의 열매가

한 종자의 묻힘에서 비롯되듯이

 

그들의 죽음 또한

그들의 죽음 또한

한 나무의 열매를 위하여

하나의 씨앗이 되고자 했을 뿐

한 나무의 생명을 키워주는 

재가 되고 거름이 되고자 했을 뿐

한 나무의 성장을 지속시켜주는 

피가 되고 살이 되고자 했을 뿐

 

뿌리가 되고자 했을 뿐

 

그렇다

그들의 분신(焚身)

존재로 향한 모험이었고

그들의 할복(割腹)

칼로 깎아 세운 자유의 성채였다

 

 

 

 

▲ 송광영 열사(1958-1985) 추모비

 

 

경원 투사들에게

 

너희들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한 만큼

내가 너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허지만 누구보다 앞장서 싸워온 나를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여기기에 내 죽은 이후 너희들에게

할 일을 부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이 싸움이 너희들에 의하여 끝맺어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적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열심히 공부해라! 못난 선배처럼 확고한 이론적

바탕을 이루지 못한 것을 철저히 비판해라.

짧은 생 미련은 없으나 너무나 아쉬운 것이 많다.

이루지 못한 일들 넘겨줄 수밖에 없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1985. 9. 1 송광영

 

- 송광영 열사 추모비 내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