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 파르티타 2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3번 (BWV 1001~BWV 1006)
안탈 살라이Antal Zalai 바이올린
The Evangelical Church of Siófok, 17 October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A3vMzn5GAOg
풀들의 계절 / 김석주
용감한 풀들이었습니다
몰아치는 그 칼바람 속에서도
흔들렸지만 결코 꺾이지 않았고
밟히고 또 짓밟혔어도
다시 함께 일어나 우리 이 금수강산을 지켜온 것은
그들의 각진 총칼이 아니라
이 땅의 당당한 풀들
우리들의 피와 땀과 그 용광로와 같은 사랑
메말라버린 너와 나의 눈물이었습니다.
늘 바람 차고 매서웠던 벌판이었습니다
부르터진 두 손을 서로 부여잡고서
힘차게 북채를 두드리며 얼씨구
밤새도록 짚불을 지피며
새로운 날을 애타게 기다렸던 우리들의 혼과 혼
그 우렁찬 첫닭 울음소리처럼
새벽은 그렇게 우리들 곁에 오고 갔으나
걷히지 않는 먹구름 떼
결코 새로운 우리들의 아침은 쉬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름 모를 풀들이었습니다
삼월의 하늘을 감동시키면서
사월에는 기어이 꽃 한 송이를 피워내야겠다고
동이동이 피눈물을 쏟았던 것도
이 땅의 그대 그 당당한 풀들이었으며
그 별이 되어 스러져간 이름과 이름 위에
아, 기어이 봄이 또 이렇게 오고
이제라도 아쉬운 꽃소식을 올려야겠다며
풀들이 웅성이며 다시 활짝 피어나는 풀들의 계절입니다.
-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편, 도서출판b,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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