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열사

바흐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 안탈 살라이 - 풀들의 계절 : 이 땅의 모든 민주 열사들에게

들꽃 호아저씨 2021. 10. 15. 22:10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 파르티타 2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3번 (BWV 1001~BWV 1006)

 

안탈 살라이Antal Zalai 바이올린

The Evangelical Church of Siófok, 17 October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A3vMzn5GAOg

 

 

▲ 민족민주 열사 묘역

 

 

 

풀들의 계절 / 김석주

 

용감한 풀들이었습니다

몰아치는 그 칼바람 속에서도

흔들렸지만 결코 꺾이지 않았고

밟히고 또 짓밟혔어도

다시 함께 일어나 우리 이 금수강산을 지켜온 것은

그들의 각진 총칼이 아니라

이 땅의 당당한 풀들

우리들의 피와 땀과 그 용광로와 같은 사랑

메말라버린 너와 나의 눈물이었습니다.

 

늘 바람 차고 매서웠던 벌판이었습니다

부르터진 두 손을 서로 부여잡고서

힘차게 북채를 두드리며 얼씨구

밤새도록 짚불을 지피며

새로운 날을 애타게 기다렸던 우리들의 혼과 혼

그 우렁찬 첫닭 울음소리처럼

새벽은 그렇게 우리들 곁에 오고 갔으나

걷히지 않는 먹구름 떼

결코 새로운 우리들의 아침은 쉬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름 모를 풀들이었습니다

삼월의 하늘을 감동시키면서

사월에는 기어이 꽃 한 송이를 피워내야겠다고

동이동이 피눈물을 쏟았던 것도

이 땅의 그대 그 당당한 풀들이었으며

그 별이 되어 스러져간 이름과 이름 위에

아, 기어이 봄이 또 이렇게 오고

이제라도 아쉬운 꽃소식을 올려야겠다며

풀들이 웅성이며 다시 활짝 피어나는 풀들의 계절입니다.

 

 

-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편, 도서출판b,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