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 김상진 열사(1949-1975) : 1975년 4월 11일 서울대학교 내에서 유신체제의 반민주성을 규탄하는 '양심선언문', '대통령에게 드리는 공개장'을 낭독한 후, 과도로 자신의 복부를 찔러 할복자결을 하여 다음날 운명하였다.
양심선언문
더 이상 우리는 어떻게 참을 수 있으며 더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어두움이 짙게 덮힌 저 사회의 음울한 공기를 헤치고 죽음의 전령사가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하고 있다.
무엇을 망설이고 무엇을 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인가!
대학은 휴강의 노예가 되고, 교수들은 정부의 대변자가 되어가고 어미닭을 잃은 병아리마냥 우리들은 반응없는 울부짖음만 토하고 있다. 우리의 주장이 결코 그릇됨이 아닐진대 우리의 주장이 결코 비양심이 아닐진대, 우리는 어떻게 더 이상 자존을 짓밟혀 불명예스런 삶을 계속 할 것인가. 우리를 대변한 동지들은 차가운 세멘트 바닥 위에 신음하고 있고, 무고한 백성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가고 있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들으라! 동지여! 우리의 숭고한 피를 흩뿌려 이 땅에 영원한 민주주의의 푸른 잎사귀가 번성하도록 할 용기를 그대들은 주저하고 있는가! 들으라! 우리는 유신헌법의 잔인한 폭력성을, 합법을 가장한 유신헌법의 모든 부조리와 악을 고발한다. 우리는 유신헌법의 비민주적 허위성을 고발한다. 우리는 유신헌법의 자기중심적 이기성을 고발한다.
학우여!
아는가!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금일 우리는 어제를 통탄하기 전에, 내일을 체념하기 전에, 치밀한 이성과 굳은 신념으로 이 처참한 일당독재의 아성을 향해 불퇴진의 결의로 진격하자. 민족사의 새날은 밝아오고 있다. 그 누가 이 날의 공포와 혼란에 노략질 당하길 바라겠는가. 우리 대한 학도는 민족과 역사 앞에 분연히 선언한다. 이 정권, 끝날 때까지 회개치 못하고 이 민족을 끝까지 못살게 군다면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뜨겁게 외치는 이 땅의 모든 시민의 준열한 피의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 역사는 이러한 사태를 원치 않으나 우리는 하나가 무너지고 또 무너지더라도 무릎 꿇고 사느니 차라리 서서 죽을 것임을 재천명한다.
탄압과 기만의 검은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라. 우리는 이제 자유와 평등의 민주사회를 향한 결단의 깃발을 내걸어 일체의 정치적 자유를 질식시키는 공포의 병영국가가 도래했음을 민족과 역사 앞에 고발코자 한다. 이것이 민족과 역사를 위하는 길이고 이것이 우리의 사랑스런 조국의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길이며 이것이 영원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면 이 보잘 것 없는 생명 바치기에 아까움이 없노라. 저 지하에선 내 영혼에 눈이 뜨여 만족스런 웃음 속에 여러분의 진격을 지켜보리라. 그 위대한 승리가 도래하는 날! 나! 소리없는 뜨거운 갈채를 만천하에 울리게 보낼 것이다.
1975. 4. 11
서울농대 축산과 4년
김 상 진
곡(哭) 김상진 / 신경림
네 목소리는 바람이 되었다.
어둠으로 덮인 온 나라의
강과 산과 마을을 누비며
짐승처럼 서럽게 울부짖고 있다.
네가 흘린 피는 꽃이 되었다
말라 죽은 나뭇가지 위에 골목 진흙탕에
숨죽인 우리들의 팔뚝 위에
불뚝 불뚝 일어나는 숨결이 되었다
친구여
이 어두운 땅에도 봄이 왔구나
네 시체를 밟고 사월이 왔구나
네가 뿌릴 피를 밟고
다시 4월이 왔구나
민주주의여, 아아, 자유여 정의여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사월이 왔구나 친구여
너의 죽음으로
잘린 우리들의 혀가 되살아나리라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울리는
저 우렁찬 목소리로
막힌 우리들의 두 귀가 뚫리리라
눈 앞의 막은 안개가 걷히리라
이제 우리들의 목소리도 바람이 되었다
어둠을 뚫는 우렁찬 아우성이 되었다
친구여 잘 가거라
너는 외롭지 않다
네 뒤를 따르는 피의 노랫소리가 들리리라
- 2015. 4.11 김상진 열사 40주기 추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