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열사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 : 권미경 열사(1969-1991)

들꽃 호아저씨 2021. 12. 3. 15:37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권미경 열사(1969-1991) : 1991년 12월 6일 신발업체인 대봉()에서 ’9111월부터 회사와 어용노조의 협조 속에서 시행되던 ‘30분 일 더하기 운동과 당시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노동통제강화에 항거하며 공장 옥상에서 투신 운명하였다.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이여

나를 이 차가운 억압의 땅에 묻지 말고

그대들 가슴 깊은 곳에 묻어주오

그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으리.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우리를 억압하지 마라.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

 

- 권미경 열사의 유서 전문

 

 

 

▲ 권미경 열사 (1969-1991) : 검은색 볼펜으로 왼쪽 팔에 눌러 쓴 유서

 

 

1991. 10. 11 - 지치고 피곤하고 서러운 금요일 저녁

 

노동강도가 갈수록 더 심해져 간다.

 

신발산업 해외 이전까지 들먹여 가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동료들을 그들은 희롱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이렇다 저렇다 할 뚜렷한 설명조차 못해주고있다. 나조차 뭐가 뭔지 잘 알지 못하기에.

 

요즘은 몸이 정신을 전혀 뒷받침 해주지 못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피로 같은 걸 별로 느끼지 못했었는데, 요새는 몸이 쑤시고 저리고. 하기야 사람이 일을 그렇게 죽어라고 하는데 멀쩡하면 어디 사람인가 기계지.

 

억울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억눌리며 살아야 하는걸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도대체 내 동료들은 얼마만큼 더 밟혀야 떨치고 일어설 것인가?

 

세상이 싫고 나 자신이 싫다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아무것도 모르고 할 수 없을 만큼 미쳐 버렸음 좋겠다. 아니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

 

 

- 권미경 열사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