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132주년 노동절

들꽃 호아저씨 2022. 5. 1. 01:22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 2015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한겨울 오체투지 행진 중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되자 눈물 흘리는 백기완 선생님 ⓒ 이정용(통일문제연구소 제공)

 

 

근로자의 날

 

우리나라는 1923년 5월 1일에 ‘조선노동연맹회’에 의해 2,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인가운데 ‘노동시간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등을 주장하며 최초의 노동절 기념행사가 개최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8·15 광복 이후 세계 각국의 관례에 따라 5월 1일 메이데이(May Day) 혹은 워커스 데이(Workers’ Day)를 노동절이라 하여 각 단체별로 기념행사를 해 오다가 1958년 이래 대한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전신)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행사를 가졌고, 1963년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노동위원회법 등의 개정과정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1963년 4월 17일 공포, 법률 제1326호)’에 따라서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꾸고 유급휴일로 정하여 기념해왔다.

 

 

 

 

죽어가는 모든 익명에 생명의 이름을 부여하라 / 백무산

 

 

노동자는 죽지 않는다.

                       폐기된다!

노동자는 죽지 않는다.

                       증발한다!

노동자는 죽지 않는다.

                       의문 속으로 사라진다!

 

노동자는 그저 익명의 수량이었을 뿐이다.

노동자는 거저 무리의 부피였을 뿐이다.

노동자는 그저 집단의 무게였을 뿐이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 떼나 염소 떼에겐 수량만 문제가 될 뿐이다.

사육두수만 문제가 될 뿐이다.

그들은 죽지 않고 도살된다.

 

존재가 불확실한 자들은 죽음도 불확실하다.

우리는 누구인가

기계인가 비용인가 노예인가 자본인가

인간인가 소모품인가

불확실하다, 노동자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수량으로 처리되는 삶은 불확실하다

저울로 처리되는 죽음은 익명의 죽음일 뿐이다

삶을 빼앗긴 자는 죽음도 잃어버린다

 

노동자의 죽음은 모두 타살이다

노동의 생명은 야금야금 타살된다

졸지에 타살된다

오늘 하루 일곱 명의 노동자가 죽고 수백 명이 병신이 된다

질병과 절단과 마모와 해체와 오염으로 폐기된다

살아남은 노동자의 목숨도 서서히 증발된다, 서서히 타살된다

 

노동자의 모든 죽음은 합법적인 의문사다

그래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 샅샅이 뒤져도 없다

모든 수단 방법 다 동원해도 찾을 수 없었다

백주대낮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였기에, 죽음은 더더욱 확인할 수 없었다

끝내 해명할 수 없었다.

 

여기 한 인간으로서의 노동자가 있다.

익명의 수량을 거부하고, 강요된 기계의 신체를 거부하고,

자본이기를, 노예이기를, 비용이기를 거부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 싸워온 한 인간이 있다

그를 보내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그의 삶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다

노동자의 삶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이 불확실한 삶에 대해서, 무엇을 위해 뼈 빠지게 생산했나

우리가 노동자인 채 인간다운 세상을 살 수 있는가?

노동은 신성한가? 자본의 생산노동은 인간적인가?

노동자의 피와 땀이 역사가 되었다고?

노동자가 저 찬란한 인류의 문명을 일으켰다고?

더러운 자부심은 접어라

그 자부심이 우리를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노동자가 얼마나 하찮은 쓰레기인가를 말하라

어떻게 강요당했으며 또 허용했는가를 말하라

우리가 왜 몸과 정신을 내어주었는가를 말하라

 

그의 죽음, 우리의 죽음을 끝내 찾아 밝혀내야 하는 이유는

노동자의 불확실한 삶을 밝혀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익명에 생명의 이름을 부여하기 위해서이다.

 

 

* 1987년 민주노조 투쟁 과정에 실종되었다가 유골로 발견된 고 정경식 열사의 장례식이 23년이 지난 2010년에 열렸다. 이 시는 죽음의 의문을 다 밝히지 못한 채 치러진 열사의 장례식에 조시로 낭송되었다.

 

정경식 열사(1959-1987)

 

1984년 대우중공업에 입사를 했다. 민주노조 투쟁과정에서 1987년 6월 8일 실종되었다가 1988년 3월 4일 창원 불모산에서 산불이 나 진화하던 중 유골로 발견되었다. 

 

 

 

▲ 경기 성남 판교제2태크노벨리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2명 추락 사망 사고 관련(왼쪽)

* 경기 성남 판교제2태크노벨리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인 29일 중대재해기업 사업주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청와대 앞에 놓은 안전화에 향을 피우며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