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에게 은수야, 만 스물하고도 세 해, 삼월하고도 셋째날 오늘 너의 생일에 나는 너의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생일은 해마다 찾아오는 습관 같은 의식(儀式)일 뿐일까. 일기일회(一期一會) 너는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맺은 딱 하나뿐인 소중한 인연이고 생일인 오늘 너를 대면하는 이 순간은 내 생애에 주어진 딱 한번의 소중한 시간이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우리에겐 매일매일이 의미있는 날들이지만, 오늘 같은 네 생일날은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지. 망각은 시간과 나란히 간다지만 너에 대한 기억은 거꾸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또렷해지고 분명해지고 있어. 비록 너의 신체는 한줌의 뼈로 화했지만 너의 정신과 마음은 더 선명하게 남아 유한한 존재인 내게 영원한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나는 너로 해서 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