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짓지 못한 시 / 고은 지금 나라초상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상감마마 승하가 아닙니다 두 눈에 넣어둔 내 새끼들의 꽃 생명이 초록생명이 어이없이 몰살된 바다 밑창에 모두 머리 박고 있어야 할 국민상 중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 찬란한 아이들 생때같은 새끼들을 앞세우고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몹쓸 살 판입니까 지난 열흘 내내 지난 열며칠 내내 엄마는 넋 놓아 내 새끼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제발 살아있으라고 살아서 연꽃봉오리 심청으로 떠오르라고 아빠는 안절부절 섰다 앉았다 할 따름 저 맹골수도 밤바다에 외쳤습니다 나라의 방방곡곡 슬픔의 한사리로 차올랐습니다 너도나도 쌍주먹 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분노도 아닌 슬픔도 아닌 뒤범벅의 시꺼먼 핏덩어리가 이내 가슴속을 굴렀습니다 나라라니오 이런 나라에서 인간이라는 것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