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1816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여우난골족(族) : 백석

여우난골족(族) / 백석(1912~1996) ​ ​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 얼굴에 별자국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넛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 육십 리라고 해서 파랗게 보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 :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투간 소키에프 -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 ​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걷고플 때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 때 가을에는 정말 스쳐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 가까이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미워하던 것들도 그리워지는 가을엔 모든 것 다 사랑하고 싶어라. ​ -(김재진, 그림같은 세상, 2001) 로그인만 하면 그냥 볼 수 있습니다 알렉산드르 부스틴Alexander vustin Sine nоmine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협주곡 3번3. Klavierkonzert c-Moll op. 37 I. Allegro con brio II...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 알렉산드르 라자레프 -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위즈덤하우스, 2015) 로그인만 하면 그냥 볼 수 있습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피아노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 in G minor Op. 16 Ⅰ. Andantino-Allegretto Ⅱ. Scherzo: Vivace Ⅲ. Intermezzo: Allegro moderato Ⅳ. Finale: Allegro tempestoso Encore ..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흔들리는 것들 : 나희덕

흔들리는 것들 / 나희덕 ​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른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나희덕, 창비, 1994) 로그인만 하면 그냥 볼 수 있습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

바흐 파르티타 1번,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7번,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14번, 악흥의 순간 여섯 : 그리고리 소콜로프 - 하루 : 김용택

하루 / 김용택 ​ ​ 강이 있다. 건너면 산이다. 산이 시작되는 곳, 밤나무들이 서 있다. 감나무가 있고, 올라가면 묵정밭이다. 칡들이 어린 오동나무를 감고 오른다. 묵정밭 위에는 오래된 팽나무 위에 참나무 옆에 참나무 위에 산벚나무 위에 바위 옆에 너도밤나무 바짝 옆에 도리깨나무 아래쪽에 층층나무 옆과 위쪽에 또 아래 참나무 위에 소나무 그리고 소나무 몇그루 다시 모여 푸르다 바람이 불고 새들이 바람 속을 날아다녔다. ​- 『울고 들어온 너에게』(김용택, 창비, 2016)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Live in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201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파르티타 1번Partita No...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 : 그리고리 소콜로프 - 하루 :김용택

하루 / 김용택 ​ 어제는 하루종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멀리 흔들리고 나는 당신에게 가고 싶었습니다 당신 곁에 가서 바람 앉는 잔 나뭇가지처럼 쉬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내 맘에 바람뿐이었습니다 ​ - 김용택,『그대, 거침없는 사랑』(도서출판 푸른숲, 1993)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32번Klaviersonate Nr. 32 in c-Moll Op. 111 I. Maestoso-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II. Arietta-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https://www.bilibili.com/video/BV..

브루크너 교향곡 9번 : 이반 피셔 - 삶 : 김용택

삶 / 김용택 ​ 매미가 운다. 움직이면 덥다. 새벽이면 닭도 운다. 하루가 긴 날이 있고 짧은 날이 있다. 사는 것이 잠깐이다. 사는 일들이 헛짓이다 생각하면, 사는 일들이 하나하나 손꼽아 재미있다. 상처받지 않은 슬픈 영혼들도 있다 하니, 생이 한번뿐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숲 속에 웬일이냐, 개망초꽃이다. 때로 너를 생각하는 일이 하루종일이다. 내 곁에 앉은 주름진 네 손을 잡고 한 세월 눈감았으면 하는 생각, 너 아니면 내 삶이 무엇으로 괴롭고 또 무슨 낙이 있을까. 매미가 우는 여름날 새벽이다. 삶에 여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맑은 새벽에도 움직이면 덥다. ​ -(김용택, 위즈덤하우스, 2015)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1824~1896) 교향곡 9번Sinfonie Nr. 9 d-..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 : 야첵 카스프치크 - 하루 : 김용택

하루 / 김용택 ​ 날이 흐리다 ​ 눈이 오려나 ​ 네가 ​ 겁나게 ​ 보고 싶다 ​ ​-『연애시집』(김용택, 마음산책, 2002)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1824~1896) 교향곡 4번 ‘낭만’Symfonia nr 4 "Romantyczna"/Symphony No. 4 in E-flat major (WAB 104) Romantic I. Bewegt, nicht zu schnell II. Andante, quasi allegretto III. Scherzo. Bewegt IV. Finale: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바르샤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Warsaw Philharmonic Orchestra-Orkiestra Filharmonii Narodowej 야첵 카스프..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위즈덤하우스, 2015) 로그인만 하면 그냥 볼 수 있습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가을 안부 : 이종형

가을 안부 / 이종형 ​ 비가 내려 며칠 동안 씻지 않은 얼굴이 말끔해졌다 길게 자란 수염을 자르고 싶지만 조금 더 게을러져도 좋은 계절이다 하늘도 바람도 모두 투명해지는 시간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덮어놓은 연애소설의 중간쯤이나 될까 지난 여름의 화염을 조금만 더 그리워해도 좋은 계절이다,라고 생각한다 후드득 떨어지는 것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몇 점 눈송이가 데리고 올 겨울을 떠올리며 첫눈 온다고 주고받을 안부를 미리 연습한다 ​ 미안하다 그대를 잊어서 미안하다 그대를 잊지 못해서 애써 밑줄을 긋지 않아도 평생 기억하는 문장이 있다 ​ -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이종형, 삶창, 2017) 로그인만 하면 그냥 볼 수 있습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