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아라리 고갯길이 뭔 줄 아나 애시당초 길이 아니었네라 장똘뱅이들이 수수백 년 밟아 맹근 길이네라’ - 애시당초/‘애-당초(애當初)’

‘아라리 고갯길이 뭔 줄 아나 애시당초 길이 아니었네라 장똘뱅이들이 수수백 년 밟아 맹근 길이네라’ 애당초 있지도 않은 허상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우리들의 환상에도 문제가 있다. 애당초에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호포법(戶布法)이 시행되기 전까지 양반들은 애시당초(⟶애당초) 군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중소기업은 애시당초(⟶애당초) 주눅들어 규모가 큰 전시회에는 참가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애당초란 말은 `애초`를 힘주어 이르는 말이고, `애초`는 맨 처음이란 뜻의 말입니다. `애초`는 처음 초(初)자에 접두사 `애-`가 붙어서 된 말이고, `애당초`는 `당초`에 `애-`가 붙어서 된 말인데 `애초`보다 `애당초`가 더 강한 느낌을 주는 데 쓰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애당초`라 해야 할 것을..

우리말 이야기 2022.06.18

[우리말 이야기]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체 달려간대도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 의존명사 ‘채’와 ‘체’, ‘그리고’와..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체 달려간대도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아는 게 많지 않은 사람일수록 유식한 체 떠들어 댄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못 이기는 채(⟶체) 그를 따라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대문간을 나서는데 거기 서 있던 아주머니가 아는 채(⟶체)를 했다. 낙지는 산 체(⟶채)로 먹어야 맛있다.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반면에, 체는 어미 '-은/-는' 뒤에 쓰여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이른다. 보기] ⸱태연한 체하다. 못 이기는 체, 못 본 체하다.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간다. ⸱호랑이를 산 채로 잡았다. ⸱벽에 기댄 채로 잠이 들었다. 채..

우리말 이야기 2022.06.18

[우리말 이야기] “부모 속 좀 그만 썩혀라/썩여라.” - ‘썩이다’와 ‘썩히다’

[똑똑 우리말] 썩이다와 썩히다/오명숙 어문부장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자식 때문에 속 썩는 부모 얘기다. 세종대왕조차 사고뭉치 아들 때문에 속깨나 썩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렇게 말썽 부리는 자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부모 속 좀 그만 썩혀라.” 한데 이때 쓰인 ‘썩혀라’는 맞는 표현일까. ‘썩다’의 사동사인 ‘썩이다’와 ‘썩히다’는 모두 ‘썩게 하다’란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썩다’가 여러 가지 뜻의 단어이기 때문에 ‘썩이다’와 ‘썩히다’의 의미도 약간 다르다. 먼저 ‘썩이다’는 ‘걱정이나 근심 따위로 마음을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되게 하다’란 뜻이다. “이제 부모 속 좀 작작 썩여라”, “여태껏 부모 속을 썩이거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처럼 쓰인다. 이에 비해 ‘썩히다’는 좀더 다양한..

우리말 이야기 2022.06.17

[우리말 이야기] ​"이번 회담에는 34개국 정상이 참석키로 돼 있었다." "이 회사는 PC 부문과 프린터 부문을 통합키로 했다." : ‘참석키로⟶참석기로’ ‘통합키로⟶통합기로’

[우리말바루기] 739. '참석키로'(?) 했다 ​"이번 회담에는 34개국 정상이 참석키로 돼 있었다." "이 회사는 PC 부문과 프린터 부문을 통합키로 했다." ​위 예문에서 '-하기로'를 줄여 '-키로'로 적은 '참석키로, 통합키로' 등은 어문 규정상 올바른 형태가 아니다. '참석기로, 통합기로'처럼 적어야 옳다. ​한글 맞춤법은 "어간의 끝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고[간편케(간편하게), 다정타(다정하다), 연구토록(연구하도록), 정결타(정결하다), 가타(가하다), 흔타(흔하다)],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갑갑지(갑갑하지), 거북지(거북하지), 생각건대(생각하건대), 생각..

우리말 이야기 2022.06.16

[우리말 이야기] “전화번호가 바꼈다.”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 한글 모음자에 ‘ㅜ+ㅕ’ 없어 더 줄지 않아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줄여 쓰는 건 잘못 맞춤법은 각각의 단어를 아는 것보다 원리원칙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앞에서 살폈듯이 어간의 모음 '이' 뒤에 어미 '-어'가 오면 '-여'로 줄어드는 게 우리말 일반 원칙이다. “전화번호가 OOO-××××로 바꼈어요.” “그는 그녀와 중학교 때부터 사겼다고 한다.” “그 여자는 내 말에 콧방귀만 꼈다.” 이런 말에는 공통적인 오류가 들어 있다. ‘바꼈어요, 사겼다고, 꼈다’가 그것이다. 각각 ‘바뀌었어요, 사귀었다고, 뀌었다’를 잘못 썼다. ​ 한글 모음자에 ‘ㅜ+ㅕ’ 없어 더 이상 줄지 않아 이들의 기본형은 ‘바뀌다, 사귀다, 뀌다’이다. 공통점은 어간에 모두 모음 ‘ㅟ’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뒤에 모음 어미..

우리말 이야기 2022.06.16

[우리말 이야기] '콧등치기 국수'는 맛이 좋아 쭉 들이켜다 보면 면발이 콧등을 때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 '들이키다'와 '들이켜다'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들이켜다, 들이키다 물 따위를 마구 마신다는 뜻의 '들이켜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실제 문장(활용형)에서 들이켜니, 들이켠 뒤, 들이켜고 등의 형태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들이켜다'를 '들이키다'와 혼동해서 들이키니, 들이킨 뒤, 들이키고 등으로 잘못 쓴 것을 가끔 봅니다. '들이키다'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안쪽으로 가까이 옮긴다, 들이켜다의 잘못, 들이켜다의 북한어라고 나와 있습니다. 활용형은 들이키니, 들이킨 뒤, 들이키고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나 '~어서'의 형태로 쓰일 경우엔 '들이켜'와 '들이켜서'가 되어 '들이켜다'와 같은 모양이 됩니다. 하지만 본래의 형태는 '들이키다'가 맞습니다. 예문을 들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들이켜다'는 ㄱ...

우리말 이야기 2022.06.15

[우리말 이야기] ‘파고들어가다보면’이 잘못 쓰였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파다+들다+가다+보다’로 구성된 이 말은 어떻게 띄어 쓸까?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살펴보다'는 붙이고, '마주 보다'는 띄어 쓰죠 가령 '들여다보다' '살펴보다' '되돌아보다'는 합성어다. 사전(표준국어대사전 기준)에 단어로 올라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다' '마주보다'는 없다. 단어가 아니므로 '돌이켜 보다' '마주 보다'로 띄어 써야 한다. 합성어와 파생어는 우리말 어휘를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합성어는 단어끼리 결합해 새로운 말을 만든다. 파생어란 단어에 접두사나 접미사가 붙어 역시 새 의미를 더한 말이다. 우리말은 단어별로 띄어 쓰므로 합성어와 파생어는 언제나 붙여 쓴다. 문제는 합성어 또는 파생어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합성어는 단어끼리 결합해 새로운 의미 더해 우선 사전에 올라 있으면 단어이므로 붙여 쓰면 된다. 원..

우리말 이야기 2022.06.15

​[우리말 이야기]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됩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 ‘안되다’와 ‘안 되다’

[우리말 바루기] ‘안되다’와 ‘안 되다’ 구분하기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됩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맥락상 경고로 받아들이겠지만 문구 그대로 판단하면 그 장소에선 물건 판매가 잘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친절한 안내문이 아니라 주의의 의미를 담고 싶다면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로 표기해야 바르다. 띄어쓰기 하나로 혼잡한 통로에서 허가 없이 물건을 팔지 말라는 경고문이 된다. ​동사 ‘안되다’는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이다. ‘잘되다’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요즘 장사가 안되네요”는 장사가 썩 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상고온현상과 잦은 가뭄 탓에 마늘 농사가 잘 안돼 걱정입니다..

우리말 이야기 2022.06.14

[우리말 이야기] 억지로 우겨서 몰아붙일 때는 '밀어부치다'가 아니라 '밀어붙이다'를 쓴다 - 동사 '붙이다'와 '부치다'

[우리말 바루기] 우표 붙이기와 편지 부치기 모바일 메신저로 손쉽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손으로 쓴 편지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편지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정성스레 한 글자씩 써 내려간 편지가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지 느껴 봤을 것이다. “추석 때 고향에 못 내려간 대신 부모님께 장문의 편지를 써 붙였다/부쳤다” “편지 봉투에 정성스레 우표를 붙이고/부치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등처럼 편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붙이다’ ‘부치다’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발음이 같아서 구별이 더욱 어렵다. ‘붙이다’는 ‘붙다’의 사동사로 “봉투에 우표를 붙이다” “담뱃불을 붙이다” “계약에 조건을 붙이다” “이런저런 구실을 붙이다” “땅에 뿌리를 붙이다” “이름을 붙이..

우리말 이야기 2022.06.14

[우리말 이야기] 그렇지 않아도 덴 가슴에 되레 겁만 더 먹고는⸱⸱⸱ : 사람에 데인(?) 상처 - 동사 '데다'

[우리말 바루기] 사람에 데인(?) 상처 JTBC ‘마녀사냥’ 등 연애 상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상대와 헤어져야 하는지 등을 물으면 출연자들이 해당 사연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바람둥이한테 데였던 경험이 있어 주위 여자들에게 모두 친절한 남자를 믿지 못하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돈 문제로 데인 적이 있는데, 지금 만나는 사람도 나를 이용하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 “사귀는 사람의 여동생에게 데여 본 적이 있어 여동생과 지나치게 사이가 좋은 사람과 만나기 망설여진다”는 등 재미있고 공감 가는 사연이 소개된다. 이처럼 몹시 놀라거나 심한 괴로움을 겪어 진저리가 나는 상황을 나타낼 때 ‘데이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

우리말 이야기 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