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안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어.⟶죽은 과거완료를 위한 파반느

우리말에서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셋밖에 없다. 사이시옷 어렵다 하지 말고 현재진행과 대과거를 버려야 한다. 그 글이 산만하고 어지럽고 어렵다. ​ ​ 죽은 과거완료를 위한 파반느 ​ “못생겼었다. 그러나 사랑했었다.” ​ 박민규의 소설 를 몇 달 전 읽었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통타하는 명작이었다. 읽는 내내 위트와 통찰이 넘치는 비유들과 독창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에 감탄했다. 작가에게 헌사를 바치고 싶다. 딱 하나만 빼고! 이 소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못생겼었다. 그러나 사랑했었다”는 문장이 그걸 암시한다. “못생겼다. 그러나 사랑했다”고 하지 않고 굳이 동사어미 부분에 ‘었’을 집어넣었다. 이건 ‘엇박자’가 아니라 ‘었박자’다. 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얼마 ..

우리말 이야기 2022.07.07

[우리말 이야기] 주머니에 뭐가 있나 맞춰보아요. 바로바로 올림픽 복권이어요.⟶‘맞추다’와 ‘맞히다’-‘알아맞추다’와 ‘알아맞히다’

* 답을 '맞추다'와 '맞히다'의 차이 '맞추다'는 '기준이나 다른 것에 같게 한다'는 의미이고 '맞히다'는 '여럿 중에서 하나를 골라 낸다'는 의미이므로 '퀴즈의 답을 맞히다'가 옳고 '퀴즈의 답을 맞추다'는 옳지 않습니다. '맞추다'는 '답안지를 정답과 맞추다'와 같이 다른 대상과 견주어 본다는 의미일 때는 맞지만, 답을 알아 말하는 경우는 '답을 맞히다'를 쓰는 것이 맞습니다. (1) 퀴즈의 답을 맞혀○/맞춰× 보세요. (2) 각자의 답을 정답과 맞추어 볼 것. ​ ​* '알아맞추다'인가, '알아맞히다'인가? "네가 문제 낼 테니 알아맞춰 봐."는 틀린 말입니다. '알아맞혀 봐'로 써야 옳습니다. '알아맞추다'는 국어에 없는 말이다. 그리고 '알아 맞히다'로 띄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알아맞히다'는..

우리말 이야기 2022.07.07

[우리말 이야기] 내 집 속의 방바닥 틈새엔 쥐며느리의 집이 있고 천정엔 쥐들의 집이 있다 ⟶ 유리천장과 천정부지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학교 천장이 너무 낮아서 키가 큰 아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천정 (->천장) 부분에서 물이 새서 천장을 뜯어 고쳐야 했습니다. [KBS, 바르고 고운말]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원래 한자어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점차 그 본래의 한자음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내용 중에 '천정'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천정(天井)이라는 한자말에서 온 것이지만, 표준어 맞춤법에 따르면 '천장'으로 쓰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다른 예로 먹는 과실 중에 '호두'나 '자두' 같은 것도, 원래는 한자의 '복숭아나무 도(도)'자를 사용하는 '호도(胡桃), 자도(紫桃)'라는 한자말에서 왔지만, 지금은 '호두'와 '자두'라고 쓰..

우리말 이야기 2022.07.06

[우리말 이야기] 저의 상명등 스님은 키가 저보다 한 뼘이나 적은데다가 몸까지 약해 걱정입니다. ⟶작은 데다가 : ‘데’와 ‘-ㄴ데’

[돋보기 졸보기] 48. 띄어쓰기 공략법 : `데`와 `-ㄴ데` '버는데'와 '버는 데'의 차이 글을 써 본 사람들은 누구든지 띄어쓰기에 관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그러면서도 글의 '완성도'란 측면에선 띄어쓰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이 아마도 띄어쓰기를 종종 무시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일 터이지만,거기에는 중요한 점이 하나 간과돼 있다. 띄어쓰기야말로 글에 신뢰성과 성실성을 입히는 기본 요소라는 점이다. 띄어쓰기는 글에 정교함을 더하는 작업이다. 뒤집어 말하면 띄어쓰기가 제대로 안 된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뭔가 미덥지 않은 느낌을 갖게 한다는 뜻이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은 모두 57개 항으로 구성된 한글 맞춤법 가운데 41~50항까지 1..

우리말 이야기 2022.07.05

[우리말 이야기] 10월 2일 이전에 세금을 내면 가산금이 붙지 않는다는 공지를 봤을 경우 2일에 세금을 납부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 ‘이전과 전’ ‘이후와 후’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후'와 '후'는 의미가 달라요 말을 할 때 정교한 구별이 필요하다.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우리말의 발전, 나아가 논리적·합리적 사고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하게 됐다. 언론들은 지난 3월3일자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한은 역사에서 총재가 연임한 경우가 드물어 이 뉴스는 더욱 화제가 됐다. 김유택 전 총재(1951년 12월18일~1956년 12월12일)와 김성환 전 총재(1970년 5월2일~1978년 5월1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사례라고 한다. 이것을 짧게 “이 총재 연임은 김유택,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세 번째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이후’는 기준 시점 포함해 언론사에 따라 이를..

우리말 이야기 2022.07.02

[우리말 이야기] 그래선지, 내가 널 업기까지 했으니까 먼 갈치잡이 뱃불까지 내게 업혔던가 샐쭉하던 초생달까지 내게 업혔던가 ⟶ ‘초승달’일까 ‘초생달’일까?

이 화산 폭발로 산토리니에 남은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해저 칼데라를 둘러싸고 있는 초승달 모양의 좁은 지형이다. [동아일보 03.03.06.] 오늘은 초승달이 뜨는 날이란다. 초승달이 뜨는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지. [국민일보 02.12.05.] 반월상 연골은 무릎 속의 내측과 외측에 초생달(-> 초승달) 모양으로 각각 한 개씩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02.12.10.] 숲을 비추던 초생달(-> 초승달)이 수줍은 듯 가을바람에 흔들린다.[굿데이 02.10.24.] 약 6㎞에 이르는 초생달(-> 초승달) 모양의 해변은 호주 서핑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로 밤거리도 발리섬에서 가장 화려하다. [한국일보 02.10.13.] 초생달(X)-> 초승달(O)에 관한 풀이 '초생달'은 '초승달'을 잘못 표기한 ..

우리말 이야기 2022.07.01

[우리말 이야기] 쇠가 되었다가 징이 되었다가 암깽 수깽 얽고 섥고 ⟶ 얽히고설키다 : 얽다-섥다

[우리말 톺아보기] 얽히고설키다 일이나 관계, 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꼬여 있을 때 ‘얽히고설키다’란 말을 쓴다. 그런데 그 표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왜 ‘얼키고설키다’나 ‘얽히고섥히다’로 적지 않고 ‘얽히고설키다’로 쓰는 걸까? 같은 ‘키’ 소리가 반복되는데 앞의 것은 ‘히’로, 뒤의 것은 ‘키’로 적는다. ‘얽히고설키다’, 이 말의 표기엔 우리말 맞춤법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알면 다른 웬만한 것들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구름, 하늘’처럼 우리말의 발음에 따라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어법에 맞게 적는 것은 ‘구르미, 하느리’로 소리 나는 말들을 ‘구름이, 하늘이’로 구분..

우리말 이야기 2022.06.29

[우리말 이야기] 하교길 수박서리하다 붙들린 우리 패거리 중에서 나를 찾아내

수도세 vs 수돗물 ‘수도+물’은 누구나 ‘수돈물’로 발음 콧소리 ㄴ 때문에 사이시옷 추가 그러나 ‘수도+세’처럼 한자어들 사이에는 사이시옷 허용 안 해 ‘수도세’와 ‘수돗물’ 표기는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같은 ‘수도’에 붙었는데 ‘수돗물’에는 ‘ㅅ’을 넣고 ‘수도세’에는 쓰지 않다니. 이상하질 않은가. 내가 쓰는 말을 들여다보는 일이 이런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준다. 먼저 ‘수도’에 ‘물’을 더해 소리 내 보자. [수돈물]이라 한다. 발음에서 ‘수도’와 ‘물’에는 없었던 ‘ㄴ’을 발견할 수 있는가. 우리의 이 ‘ㄴ’ 때문에 수돗물에 ‘ㅅ’을 쓰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수도’와 ‘물’을 더할 때 사이에 ‘ㅅ’이 있어서 우리가 ‘ㄴ’을 발음하는 것이다. 그러면 원래 있었던 ‘ㅅ’은 왜 ‘ㄴ’이 된 것..

우리말 이야기 2022.06.29

[우리말 이야기] 그대 뒤에 서면 흐린 들판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 뒤에 서면

[말글찻집] -고 있다?/최인호 “그는 아내의 돌아옴을 기다리고 있었다.”(김동인·배따라기) “어느덧 C의 팔은 비스듬히 춘심을 안고 있다.”(현진건·타락자) “어린 것을 꼭 안아가지고 웅크리고 떨고 있다.”(전영택·하늘을 바로 보는 여인) “그는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어느덧 C의 팔은 비스듬히 춘심을 안았다/ 어린 것을 꼭 안고 웅크리고 떨었다.” 이 보기는 정광 교수(고려대)가 논문(1920~30년대 문학작품에서 보이는 일본어 구문의 영향)에서 ‘-고 있다’ 꼴이 일본어(-ている)에서 영향을 받은 글투임을 보기로 든 것들이다. 빗금(/) 부분은 정 교수가 이를 자연스럽게 고친 말이다. 20~30년대 일본물을 먹은 작가들이 이런 진행형 문장을 썼다는 얘기인데, 요즘은 일본말보다 영어 쪽(-ing..

우리말 이야기 2022.06.29

[우리말 이야기] 이런 옛날이 대전역이 좋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국수발을 닮아서 좋다 : 국수발⟶국숫발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사이시옷 정리 사이시옷은 누구에게나 골칫거리지만 규정을 잘 알고 눈으로 익히며 외우는 수밖에 별 뾰족한 길이 없다. 사이시옷이 붙는 환경은 순 우리말 합성어에서 3가지, 순 우리말+한자어 합성어에서 3가지, 한자어에서 1가지로 모두 7가지다. '순 우리말+순 우리말' 합성어 중에서 3가지는 (1)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냇가,햇볕) (2)뒷말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거나(아랫니, 잇몸) (3)뒷말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날 때(뒷일, 깻잎)이다. '순 우리말+한자어' 합성어에서 3가지는 (4)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콧병, 햇수) (5)뒷말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거나(곗날, 툇마루) (6)뒷말 첫소리 모음 앞에서 ..

우리말 이야기 202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