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기침이 엥간하다 싶었는데 찬바람이 부니 다시 도지는걸 - 엔간해서는 맞히기 힘든 문제

[우리말 바루기] 엔간해서는 맞히기 힘든 문제 다음 중 바른 표현을 골라 보세요. 1) 왠간하면 돕고 싶지만 워낙 쪼들려서 그럴 수 없네. 2) 그 녀석 웬간해서는 내 말을 듣지 않을 거야. 3) 기침이 엥간하다 싶었는데 찬바람이 부니 다시 도지는걸. 4) 우리 몸은 엔간한 변화엔 적응할 수 있게 돼 있다. 아마도 4번을 고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정답은 4번. 온라인이나 뉴스, 책 등에 등장한 빈도를 조사해 보니 ‘왠간하다’ ‘엔간하다’ ‘엥간하다’ ‘웬간하다’ 순으로 많이 쓰이고 있었다. 그것도 ‘왠간하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4번 ‘엔간하다’를 사투리로 알고 있거나 ‘웬만하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엔간하다’는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

우리말 이야기 2022.06.25

[우리말 이야기] ‘먼저 말싸움에서 이기고 심리전에서 이겨라. 그리고 나서 쓰러뜨리면 된다’ - ‘그러다’와 ‘그렇다’

[우리말 바루기] 그러다 / 그렇다 ‘그러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는 많은 사람이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것을 알려면 ‘그러다’와 ‘그렇다’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러하다’의 준말로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와 같다’는 뜻이다. 뜻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러하다(=그렇다)’는 품사가 형용사다.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로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렇게 되게 하다’ 곧 ‘그렇게(=그러하게) 하다’는 뜻이니 품사는 동사다. ‘그리하다’나 ‘그러하다’로 사용하면 혼동을 일으키지 않다가도 ‘그러다’나 ‘그렇다’로 쓰면 헷갈리는 이가 많다. 다음 예문을 보자. “이 학습법으로 그는 서로 다른 모형을 새로운..

우리말 이야기 2022.06.24

[우리말 이야기]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개다’

[우리말 바루기] 파랗게 개인(?) 하늘 말복이 지난 지도 한참이나 됐지만 여전히 덥다. 가끔씩 하늘이 깜깜해지고 지역에 따라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금방 파랗게 ‘개인’ 하늘에서는 다시 태양이 불볕을 퍼붓는다. 맑은 날보다는 우중충하게 구름 낀 날이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주위에서 ‘개인 하늘’이라고 쓰는 걸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란 의미로 쓰이는 단어는 ‘개이다’가 아니라 ‘개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갠 하늘’이라고 쓰는 것이 옳다. 인기 있는 가요나 예술 작품에 어문규정에 맞지 않는 구절이 들어갈 경우 쉽게 확산되는데 이 경우도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제목이 ‘어떤 개인 날’로 번역된 것이 영향을 끼쳤..

우리말 이야기 2022.06.22

[우리말 이야기] ‘-던, -던가, -던걸, -던데, 든, -든’ - 풀이와 용례

-던2 「어미」 「1」 ((‘이다’의 어간, 형용사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뒤에 붙어))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과거의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어미. ⸱예쁘던 꽃. ⸱깨끗했던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 ⸱할머니와 사이가 좋으시던 옆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영희가 아홉 살이던 해 어른들이 한꺼번에 없어지고 그들 삼 남매만 남아 거리를 떠돈 적이 있었다.≪이문열, 변경≫ 「2」 ((동사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뒤에 붙어))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어떤 일이 과거에 완료되지 않고 중단되었다는 미완(未完)의 의미를 나타내는 어미. ⸱먹던 사과를 버리고 새 사과를 먹었다. ⸱선생님께서는 내 상담 요청에 하시던 일을 멈추셨다. ⸱우리를 앞질러 달리던 말..

우리말 이야기 2022.06.21

[우리말 이야기]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 ‘뜨걸랑’ ‘뜨거들랑’ ‘뜨거든’ ⟶ 연결어미 ‘-거든’ : ‘됐거든?’ ⟶ 종결어미 ‘-거든’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됐거든?`의 정체 "너 개미가 사는 데 주소 알아?" "……"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러지리." 이런 썰렁한 농담을 들을 때 흔히 돌려주는 한마디가 있다. "됐거든?" 시중에 퍼져 있는 오래된 유머 한 토막이다. 여기 나오는 '됐거든'은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말이다. "됐거든? 너도 똑같거든?" 이런 투의 '○○거든' 꼴로 무한정 만들어 쓸 수 있는 생산성 높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정체를 두고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표현이 맞는 것이냐는 게 의심의 요지다. 좀 더 들어가면 '됐거던'이라 해야 하는 게 바른 말 아니냐 또는 '됐거덩'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말도 괜찮은 것이냐,아니면 '됐걸랑'이라 하기도 하는데..

우리말 이야기 2022.06.21

[우리말 이야기] 어찌나 좋든지, 어찌나 좋던지 어느 것이 옳은 표현입니까?

어찌나 좋든지, 어찌나 좋던지 어느 것이 옳은 표현입니까? ​'어찌나 좋던지'가 바릅니다.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예)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아이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던지 배탈 날까 걱정이 되었다. 동생도 놀이가 재미있었던지 더 엄마를 찾지 않았다. ​ '든지'는 어느 것이 선택되어도 차이가 없는 둘 이상의 일을 나열함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쓰이거나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 쓰입니다. 예) 보조사 : 사과든지 배든지 다 좋다. 함께든지 혼자서든지 잘 놀면 되었지. 연결 어미 : 집에 가든지 학교에 가든지 해라. 계속 가든지 여기서 있다가 굶어..

우리말 이야기 2022.06.21

[우리말 이야기] ‘벚꽃 골목 돌계단 위 스미듯 스며들듯 떨어진 꽃잎들의 긴 입맞춤…’ ⟶ 어미 ‘-듯’과 의존명사 ‘듯’

'듯'은 의존명사와 어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의존명사로 쓰일 때는, 대체로 '죽은 듯이, 아는 듯이'처럼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쓰입니다.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씁니다. 어미로 쓰일 때는, 용언의 어간 뒤에 바로 붙여 씁니다. '오듯, 쓰듯'은 '오다, 쓰다'의 어간에 바로 어미 '-듯'을 붙인 것입니다. '오다, 쓰다'의 관형사형 '온, 쓴' 뒤에 '듯'을 썼다면 이때 '듯'은 의존명사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온 듯, 쓴 듯'으로 띄어 써야 합니다. 우리말 바루기 504. 가듯/갈 듯 우리 민족의 향토색 짙은 서정을 민요적 가락으로 풀어낸 청록파의 일원이었던 박목월 시인은 조지훈 시인의 '완화삼'에 '나그네'로 화답하는 시를 보냈다. 그는 나그네에서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

우리말 이야기 2022.06.20

[우리말 이야기] ‘황소 뱃속 같은 곳에서 아이를 낳고 아파트가 당첨됐으나…’⟶‘뱃속’과 ‘배 속’

[궁금한 우리말] 배꼽시계는 ‘뱃속’에서 울릴까? ‘배 속’에서 울릴까? 배가 고플 때면 나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갖고 있다는 배꼽시계다. 배꼽시계는 이 ‘꼬르륵’ 소리가 배에서 난다고 여겨 붙여진 이름이지만, 배꼽시계는 사실 배꼽 근처가 아닌 위에서 울린다. 위는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줄었다 늘었다 하는 연동운동을 하는데, 위의 연동운동은 공복 상태에서도 이뤄진다. 대뇌가 음식과 관련한 생각을 하거나 냄새를 맡으면 음식을 먹은 것으로 착각해 연동운동을 하라고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공복 상태에서 위가 연동운동을 하면, 위 속에 있던 공기가 움직이며 ‘꼬르륵’ 소리를 낸다. 또한, 음식을 먹은 지 오래돼 공복 상태가 심해지면, 위에 공간이 커져 ‘꼬르륵’ 소..

우리말 이야기 2022.06.19

[우리말 이야기] ‘물구나무도 있니? 나무라면 모두 흔들어보고 싶은 바람이 본색을 들어낸다’

[우리말 바루기] 들어내다/드러내다 각종 시상식이 몰려 있는 연말, TV와 인터넷 등에선 화려한 연예인들의 의상이 화제에 오른다. 이와 관련해 “등을 훤히 들어낸 드레스를 선보였다” “한 마리 백조와 같은 우아한 자태를 들어냈다” 등의 표현이 눈에 뜨이곤 한다.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들어내다’와 ‘드러내다’는 헷갈리기 쉽다. ‘들어내다’는 “이삿짐을 들어내 밖으로 옮겼다” “창고에서 재고품들을 들어냈다”에서와 같이 물건 등을 들어서 밖으로 옮기는 경우에 쓰인다. 또 “저놈을 이 자리에서 당장 들어내라!”처럼 사람을 있는 자리에서 쫓아내는 경우에도 쓰인다. ‘드러내다’는 ‘드러나다’의 사동사로, “어깨를 드러내는 과감한 디자인의 옷” “이빨을 하얗게 드러내 놓고 웃었다” 등에서와 같이 보이지 않던 것을 ..

우리말 이야기 2022.06.18

[우리말 이야기] ‘밥 한 번 먹읍시다. 처음 만난 그가 헤어지며 손을 내민다. 잡은 손이 아랫목에 묻어놓은 밥그릇처럼 따스하다.’ - ‘한 번’과 ‘한번’

‘밥 한 번 먹읍시다. 처음 만난 그가 헤어지며 손을 내민다. 잡은 손이 아랫목에 묻어놓은 밥그릇처럼 따스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시 한 번’인가 ‘다시 한번’인가? 직장인과 대학생이 가장 헷갈리는 맞춤법으로 띄어쓰기를 꼽은 적이 있다. 우리말에서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다. 띄어쓰기의 어려움을 보여 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한 번’이다. 단위는 띄어 쓴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따라서 ‘한 번’이 횟수를 나타낼 때는 띄어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번 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계속 해야 한다”처럼 표기하면 된다. 그러나 ‘한 번’이 시험 삼아 시도함, 기회 있는 어떤 때 등을 나타낼 때는 붙여 써야 한다. 합성어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번 먹어 볼까”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 등이다..

우리말 이야기 202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