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다.” - ‘안되다’와 ‘안 되다’

[똑똑 우리말] ‘안되다’와 ‘안 되다’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다.” 우리말에는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안 되다’와 ‘안되다’도 그중 하나다. 먼저 동사 ‘안되다’는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으로 ‘잘되다’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과일 농사가 안돼 큰일이다”는 과일 농사가 썩 잘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문의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다”도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람이 훌륭하게 되지 못하다’, ‘일정한 수준이나 정도에 이르지 못하다’란 뜻을 나타낼 때도 ‘안되다’를 쓴다. “자식이 안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이번 시험에서 우리 중 안되어도 세 명은 합격할 것 같다”처럼 쓰인다...

우리말 이야기 2022.06.03

[우리말 이야기] 육월->유월, 십월->시월, 왜 그럴까요?

[국어이야기]유월, 시월 일 년은 열두 달이며 다음과 같이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있습니다. 일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유월, 칠월, 팔월, 구월, 시월, 십일월, 십이월. 각 달의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음이 특이한 것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월’과 ‘시월’의 발음이 그렇습니다. 왜 ‘육월’, ‘십월’이라고 하지 않고 ‘유월’, ‘시월’이라고 발음할까요? 이러한 현상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면서 다음을 살펴봅시다. 각 달의 명칭은 한자어로 되어 있으며 한자음대로 발음하게 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십일, 십이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一月, 二月, 三月, 四月, 五..

우리말 이야기 2022.06.03

[우리말 이야기] '아닌'과 '아니라'의 차이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아닌'과 '아니라'의 차이 우리말을 해치는 표현들 (12) '아닌'과 '아니라'를 구별하기 위해 특별히 문법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국어 화자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 1일 세계 최초로 5세대(5G) 상용 전파를 송출하며 ‘5G 시대’ 개막을 알렸다. 한 회사는 곧바로 5G 첫 가입자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도 앞다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그중 주목할 만한 문구가 하나 있었다. ‘5G 1호 가입자는 사람 아닌 로봇.’ ‘아니라’ 써야 할 곳에 ‘아닌’ 남발해 기사에서도 십중팔구 이런 식의 문구가 이어졌다. 사람 아닌 로봇? 이게 가능한 표현인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겠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어색하다. 이런 식의 표현은 다..

우리말 이야기 2022.06.01

[우리말 이야기] 제발 ‘된다’고 하지 마세요

제발 ‘된다’고 하지 마세요 생각된다, 확인된다, 판단된다, 예상된다…. 이런 ‘된다’는 말을 참 많이 쓰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다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에 없던 말이기 때문입니다. 본디 우리말에는 피동 표현은 있어도 수동 표현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때렸다와 맞았다, 잡았다와 잡혔다 같은 표현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생각한다와 생각된다, 판단한다와 판단된다는 괜찮지 않습니다. 이런 말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영어의 수동태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서 쓰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졌습니다. 요즘은 교과서에서도 이런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글쓰기에도 이런 틀린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은 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려 하..

우리말 이야기 2022.05.30

[우리말 이야기] `가능한`과 `가능한 한`은 다르다. 단어와 구(句)라는 점뿐만 아니라 문장에서 하는 구실도 다르다.

우리말 바루기 212 - `가능한`과 `가능한 한` ​ `가능한`과 `가능한 한`은 다르다. 단어와 구(句)라는 점뿐만 아니라 문장에서 하는 구실도 다르다. ​ `가능한`은 `가능하다`의 관형사형으로 이 말 뒤에는 `가능한 일[것 등]` `가능한 수단[조치.방법.경우 등]`처럼 `가능한`의 꾸밈을 받는 명사가 나와야 한다. ​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코트 어느 곳에서든 득점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재목들이 연달아 나왔다" 등은 바르게 쓰인 예다. ​ `가능한 한`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또는 `가능한 조건하에서`를 의미하는 부사구다. 따라서 그 뒤에는 `가능한 한`이 꾸밀 수 있는 부사어나 동작을 나타내는 말이 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가능한 한`으로 써야 ..

우리말 이야기 2022.05.28

[우리말 이야기] 하늘·날·달 등 우주천지가 ‘ㄹ’로 이뤄져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 'ㄹ'의 아름다움 알린 정재도 선생 'ㄹ'은 우리말에서 닿소리(자음) 19개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다. 우리말을 빛나고 아름답게, 부드럽게 이끄는 데 단연 첫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우주를 이루는 천체가 모두 ‘ㄹ’로 이뤄져 있다. 하늘, 날(해), 달, 별…. 땅도 온통 ‘ㄹ’로 덮여 있다. 들, 길, 풀, 개울, 여울, 이슬, 노을….”(정재도 《우리말의 신비 ‘ㄹ’》) ‘ㄹ’은 우리말에서 닿소리(자음) 19개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다. 우리말을 빛나고 아름답게, 부드럽게 이끄는 데 단연 첫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원로 언론인이자 한글 연구가인 정재도 선생은 생전에 ‘ㄹ’을 끄집어내 ‘우리말의 알맹이를 이루는 신비로움’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5월 ..

우리말 이야기 2022.05.28

[우리말 이야기]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 여우가 토끼를 쫓다가 놓쳤다. 왜일까? 토끼는 살고자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지만 한 끼 식사를 위해 뒤쫓았던 여우는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란 생각으로 뛰어서다.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란 태도는 목표 달성도 어렵게 하지만 어법적으로도 모순된 행동이다. ‘되다’의 어간 ‘되-’에 연결어미 ‘-어도’가 결합한 형태이므로 ‘되어도 그만 안 되어도 그만’이라고 해야 의미가 통한다. ‘되어도’를 줄여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고도 사용할 수 있다. ​‘되고/되는/되니/되면/되지만/된다’처럼 ‘되-’가 ‘-어’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하지 않을 땐 ‘돼-’로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지만 ‘되어/되어라/되었다’와 같이 ‘되-’와 ‘-어’가 결합하면 ‘돼/돼라/됐다’로 ..

우리말 이야기 2022.05.25

[우리말 이야기] 지이산(智異山)을 ‘지리산’으로, 한나산(漢拏山)을 ‘한라산’으로 - 활음조(滑音調)

[우리말 바루기] ‘오륙월’인가 ‘오뉴월’인가? 봄꽃이 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월도 하순으로 들어서고 6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뉴월 더위”라고 했던가? 벌써 30도가 넘는 지역이 있을 정도로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오뉴월’은 5월과 6월(음력)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뉴월’이 아니라 ‘오륙월’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자어는 본음으로도, 속음으로도 발음한다. 속음은 본음과 달리 일반 사회에서 널리 쓰는 음을 뜻한다. ‘오륙월’을 ‘오뉴월’로 읽는 것이 대표적이다. 받침이 없는 것이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 음을 매끄럽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변화를 활음조(滑音調) 또는 유포니(euphony) 현상이라고 한다. 인접한 음소 사이에서 모음조화나 자음동..

우리말 이야기 2022.05.25

[우리말 이야기] 프로스펙스 ‘뒤꿈치’

프로스펙스에서는 요즘 전문 워킹화를 내놓고 주요 신문에 연일 전면 광고를 싣고 있다. 이 누리사랑방의 ‘걸어 볼까’ 코너를 봐도 알겠지만 기자도 걷기를 좋아한다. 자연스레 이 광고가 실린 첫날부터 눈길을 주게 됐다. 첫날 이 광고를 본 순간 ‘옳거니, 좋은 사례가 실렸구나’ 했다. ​ 그런데 5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에서와는 달리 이튿날인 15일자 다른 신문들에 실린 광고에서는 문제의 낱말을 고쳤다. 14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뒷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표현했는데 15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뒤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고쳤다. ​ ‘뒷꿈치’는 프로스펙스가 고친 것처럼 ‘뒤꿈치’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건 사이시옷과 관련한 것이다. 사이시옷은 언제 받쳐 적느냐는 것은 쉽게 알기 어렵다. ..

우리말 이야기 2022.05.24

[우리말 이야기] 발을 `내딛다`의 바른말 `내디디다`

발을 `내딛다`의 바른말 `내디디다` ​"풀이 무성한 곳을 딛을 때는 발이 구덩이에 빠질 것 같아 긴장되었다"거나 "그녀는 슬며시 발판에 발을 딛었다" 따위는 흔히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들 문장의 `딛을`이나 `딛었다`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 표준어규정 제16항은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모두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면서도 비고란에 "모음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즉 `딛다`는 `디디다`의 준말로 표준어이기는 하나, `딛다`를 활용할 때 `딛어` `딛었다` `딛을` 등처럼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붙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가지다`의 준말 `갖다`를 `갖아(→가져)` `갖았다(→가졌다)..

우리말 이야기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