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3년만'과 '3년 만에'는 의미가 달라요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3년만'과 '3년 만에'는 의미가 달라요 ①집채만 한 파도. ②집채만한 파도. ③집채 만한 파도. 세 가지 띄어쓰기 가운데 맞는 것은 ①번이다. 조사 '만'의 용법 중 하나다. '~만 하다/못하다'꼴로 쓰여 정도에 달함을 뜻한다. 글쓰기에서 띄어쓰기는 종종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 소홀히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띄어쓰기는 글을 얼마나 성의 있게 썼는지를 보는 척도가 되곤 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쓰기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한정’ 의미는 조사, ‘동안’ 의미라면 의존명사 의존명사와 조사로 쓰이는 ‘만’도 어려워하는 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각각의 쓰임새가 분명히 달라 구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 우선 ‘만’이 수량명사 뒤에 와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

우리말 이야기 2022.07.14

[우리말 이야기] 제각기 자란 토양 달라 한 맛 내기 쉽잖던 시절, 왜 우린 뼈처럼 단단해지기 만을 바랐을까⟶조사 ‘만’과 의존명사 ‘만’

만12 「조사」 「1」 다른 것으로부터 제한하여 어느 것을 한정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아내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다. ⸱하루 종일 잠만 잤더니 머리가 띵했다. ⸱모임에 그 사람만 참석했다. ⸱그렇게 고기만 먹으면 몸에 좋지 않아. 「2」 무엇을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그를 만나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어머니는 할아버님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3」 화자가 기대하는 마지막 선을 나타내는 보조사. ⸱열 장의 복권 중에서 하나만 당첨되어도 바랄 것이 없다. 「4」 ((‘하다’, ‘못하다’와 함께 쓰여))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온다. ⸱청군이 백군만 못하다. ⸱안 가느니만 못하다. 「5」 ((‘-어도,..

우리말 이야기 2022.07.13

[우리말 이야기] 왔다 갔다는 것, 자명한 것이 이밖에 더 있을까, 한 생애 요약하면 이 한 문장이다⟶‘이것 외에’의 뜻을 나타낸다면, ‘이 밖에’는 띄어 씁니다

왔다 갔다는 것, 자명한 것이 이밖에 더 있을까, 한 생애 요약하면 이 한 문장이다⟶자명한 것은 왔다 갔다는 것밖에 없다 의존할 것은 인력 자원 밖에 없다( X ) → 자원밖에( O ) 다음 두 예문의 ‘밖에’는 문법적으로 다르다. ⑴ 헌 책상을 교실 밖에 내놓았다. ⑵ 우리가 갈 곳은 교실밖에 없다. 예문 ⑴의 ‘밖에’는 ‘(교실의) 바깥에’라는 뜻이니 명사 ‘밖’이 본래 의미대로 쓰인 경우이다. 아래 예문들의 ‘밖’도 물리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여전히 ‘바깥’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경우이다. 기대 밖의 결과이다. 이 밖에도 검토할 내용이 남았다. 그러나 예문 ⑵의 ‘밖에’는 ‘밖’의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그 전체가 조사로 쓰인 경우이다. 이 조사 ‘밖에’는 ‘그것 말고는’의 의미를 나타내며(그러므로 조사..

우리말 이야기 2022.07.13

[우리말 이야기} 때 절은 창호지 떼내려고 다물었던 물을 내뿜을 때다/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시적 허용’⸴ 글쎄

'시적 허용'이란 예술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용인된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정으로, 문법, 어법, 리듬 등에서 벗어남을 말합니다.고어나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도 시적 허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바루기] 기름에 절은(?) 새 “양식 망에 붙어 있는 씨조개를 살펴보니 죄다 기름에 절은 상태로 입을 벌리고 있네요”라며 한숨짓는 어민들, “기름에 절은 자갈을 닦고 닦아도 끝이 보이지 않지만 고통 받는 주민을 생각하면 쉴 틈이 없어요”라며 분주한 자원봉사자들, “시커먼 기름에 절은 채 금방이라도 숨을 놓아 버릴 듯 눈을 껌뻑이던 뿔논병아리의 사진이 잊히지 않네요”라며 안타까워하는 시민들…. 온 국민을 시름에 젖게 한 충남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 그 현장을 지켜보면서 저마다 착잡한 마음을 한마디씩..

우리말 이야기 2022.07.12

[우리말 이야기] 만들려고/할려고/볼려고/갈려고/올려고/찾을려고… : 어미를 ‘-ㄹ려고’로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만들려고’ 때문이다.

[우리말바루기] 614. 갈려고(?) 다음 중 바른 표현을 고르시오. ㉠갈려고 ㉡할려고 ㉣볼려고 ㉤만들려고 "저녁에 송년 모임에 갈려고 한다." "오늘은 일찍 좀 출발할려고 한다." 이처럼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낼 때 '-ㄹ려고'를 붙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ㄹ려고'는 없는 형태다. 'ㄹ'을 빼고 그냥 '-(으)려고'(연결어미)로 해야 한다. "송년 모임에 가려고 한다" "일찍 좀 출발하려고 한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려고 한다"가 옳은 표현이다. '만들려고'가 다른 것을 헷갈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만들려고'(만들+려고)는 원래부터 '만들다'의 어간 '만들'에 'ㄹ'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이다. 원래부터 'ㄹ'..

우리말 이야기 2022.07.12

[우리말 이야기] 숲 속에 웬일이냐, 개망초꽃이다. 때로 너를 생각하는 일이 하루종일이다.

숲-속 「명사」 숲의 안쪽. ⸱오랜만에 숲속 공기를 마시니 머리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숲속에 사는 동물들이 참 많다. ⸱혜관은 대웅전 옆을 지나 숲속 길로 접어들며 암자 쪽으로 치수를 인도해 갔다.≪박경리, 토지≫ ⸱세세녀는 고사부를 처음으로 만나던 숲속 골짜기에서의 일부터의 모든 이야기를 하였다.≪박용구, 한강 유역≫ 관용구/속담 속담 : 숲속의 호박은 잘 자란다 집 근처 호박은 매일 보니까 자라는 줄 모르지만 숲속의 호박은 오랜만에 보기 때문에 많이 커 있는 것을 금방 알아보게 된다는 뜻으로, 한창 자랄 때의 사람이나 생물은 오랜만에 보면 몰라볼 만큼 잘 자라 보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하루 종일과 하루종일 둘 중 어떤 쓰임이 맞는 건가요? '하루 종일'은 ..

우리말 이야기 2022.07.09

[우리말 이야기] ‘문어(文漁)는 물고기 치고는 품격있게 ‘글월 문文’ 자를 이름으로 달고 있다.’ ⟶ ‘치고’와 ‘치고는’

[바른말 광] 실수투성이 신문들 지난주의 실수와 착각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몇 분이 "사례가 더 있느냐"고 물으셨다. 물론 더 있다. 그것도 아주 많다. 마음먹고 들여다보면 신문이 실수투성이라는 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교열을 홀대한 결과다. 그 탓에 신문들은 '2013년'을 '2103년', '가계부채 1000조 원'을 '100조 원'으로 찍어 내기도 한다. 오늘은 이렇게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실수들만 소개한다. '원래 (책)제목은 '토마토만 자를 수 있으면 음식점 할 수 있고, 병따개만 딸 줄 알면 술집 할 수 있다'이다.' 우노 다카시의 서평 기사인데, '병따개'는 '병뚜껑'의 잘못이다. 어느 신문 제목인데, '테니스장'을 그만 '테니장'으로 쓰고 말았다. 같은 신문 제목인데, '貴農(귀농)'은 ..

우리말 이야기 2022.07.08

[우리말 이야기] 일흔 가까운 주름살 투성이로 수줍게 웃어 보이는, 할머니의 얼굴에서도 치자꽃 향기가 풍겨왔습니다. ⟶ -투성이

[윤성국의 우리말 우리글] '모르는 것들 투성이’ 바른 띄어쓰기? ‘수학 시험 문제지를 받아 보니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모르는 것들이 많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때 위의 글은 ‘~모르는 것들투성이었습니다.’처럼 붙여 써야 한다. ‘투성이’를 살펴본다. ‘투성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이 너무 많은 상태’ 또는 ‘그런 상태의 사물,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앞의 말에 무조건 붙여 써야 한다. 위 예문처럼 띄워 쓰는(⟶띄어 쓰는)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은 말이 길면 띄워 써야(⟶띄어 써야)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상태’라는 것은 조금 부정적인 표현이다. 따라서 많아서 좋다기보다는 조금 좋지 않은, 또는 불편한 상태라는 의미의 문장에..

우리말 이야기 2022.07.08

[우리말 이야기] 날이 꾸물거려 페인트 냄새가 짙은 홀에는 오전 내내 손님이 없다⟶‘끄물거리다’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꾸물꾸물/끄물끄물 '첫날은 햇빛 쨍쨍, 둘째날은 꾸물거리는 흐린 하늘, 셋째날은 보슬보슬 비가 내리더니 결국 마지막 날은 천둥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렸다.' 어느 골프대회를 다룬 스포츠신문 기사에 나온 한 구절이다. 한데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말을 잘못 쓰는 바람에 문맥이 이상해졌다. 바로 '꾸물거리는'이라는 말 때문이다. '꾸물거리다'가 무슨 뜻인지는 대개 안다. 그래서 '지렁이가 꾸물거린다, 시험지에 빨리 답을 쓰지 않고 꾸물거린다, 발가락을 꾸물거린다'처럼 쓴다. 살펴보면 대체로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에 대해 쓰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하늘이 꾸물거린다'고 썼으니 이상해질밖에….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다,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다, 신체..

우리말 이야기 2022.07.08

[우리말 이야기] 바람에 살을 부비다가, 외롭다가, 잠시 이승에 댕겼다가 꺼진 반딧불처럼⟶‘부비다’와 ‘비비다’

[우리말 바루기] ‘부비다’는 ‘비비다’가 바른말 신세대가 쓰는 말 가운데 ‘부비부비’라는 게 있다. 클럽 등에서 남자와 여자가 춤을 추면서 서로 몸을 밀착시키는 행위를 일컫는 일종의 은어다. 이런 춤을 ‘부비부비춤’이라고 한다. ‘부비부비’는 아마도 ‘부비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신체 부위를 맞대어 문지르는 것을 표현할 때 실제로 ‘부비다’는 말을 쓰는 사람이 많다. “아기의 볼이 부드러워 볼을 맞대고 부비고 싶었다” “눈을 부비며 일어난 아이는 엄마가 보이지 않자 울기 시작했다” 등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부비다’는 ‘비비다’가 바른말이다. “아기의 볼이 부드러워 볼을 맞대고 비비고 싶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는 엄마가 보이지 않자 울기 시작했다” 등으로 고쳐 써야 한다. ‘부비다..

우리말 이야기 2022.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