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우리말 이야기]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됩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 ‘안되다’와 ‘안 되다’

[우리말 바루기] ‘안되다’와 ‘안 되다’ 구분하기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됩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맥락상 경고로 받아들이겠지만 문구 그대로 판단하면 그 장소에선 물건 판매가 잘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친절한 안내문이 아니라 주의의 의미를 담고 싶다면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로 표기해야 바르다. 띄어쓰기 하나로 혼잡한 통로에서 허가 없이 물건을 팔지 말라는 경고문이 된다. ​동사 ‘안되다’는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이다. ‘잘되다’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요즘 장사가 안되네요”는 장사가 썩 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상고온현상과 잦은 가뭄 탓에 마늘 농사가 잘 안돼 걱정입니다..

우리말 이야기 2022.09.11

[우리말 이야기] 다시 당신은 소식이 없고, 나는 다시 한없는 기다림으로 서성이다, 전에 그랬듯이 시들거나 비켜가려나 봅니다

틀리기 쉬운 우리말(24) 비끼다와 비키다 우리말 중에는 발음이나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 단어가 많은데 '비끼다'와 '비키다'도 그런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비끼다'의 사전적 의미 •비스듬히 놓이거나 늘어지다. - 밤하늘에 남북으로 비낀 은하수 - 이윽고 검은 그림자가 푸른 달빛에 비끼었다. •비스듬히 비치다. - 햇살이 느슨하게 비끼기 시작했다. - 놀이 짙게 비낀 유리창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잠깐 드러나다. - 눈가에 차가운 웃음이 잠시 비꼈다. - 얼굴에 홍조가 비끼다. •비스듬히 놓거나 차거나 하다. - 고개를 비낀 채 앉아 있다. '비키다'의 사전적 의미 •무엇을 피하여 있던 곳에서 한쪽으로 자리를 조금 옮기다. - 자동차 소리에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켰다. •방해가 되는 것을 한쪽..

우리말 이야기 2022.09.10

[우리말 이야기]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추석엔 '제사'가 아니라 '차례'를 지내는거죠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추석이 다가오자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손길도 빨라지고 있다. 올 추석은 10월4일이다. 음력으로 치면 8월 보름날이다. ‘보름’이란 (음력으로) 그달의 열닷새째 되는 날을 가리킨다. 월인천강지곡(1449)에 ‘보롬’으로 나오니 비교적 형태를 유지한 채 500년 이상을 이어온 셈이다. 명절과 관련한 말들은 조상 대대로 써온 생활어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헷갈리고 자주 틀리는 말이 꽤..

우리말 이야기 2022.09.09

[우리말 이야기] 이곳이 고추·고구마밭이었다는 게 믿어집니까? 고작 세 시간 동안 내린 비로 600여 평 밭이 초토화됐습니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비'와 '초토화'는 함께할 수 없는 사이죠 초(焦) 자가 '불 화(火)'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요령이다. 한자 밑의 점 네 개()로 찍힌 게 부수로 쓰인 '불 화' 자다. 당연히 폭격이나 화재로 '초토화'가 될 수는 있어도 물난리로 초토가 될 수는 없다. “이곳이 고추·고구마밭이었다는 게 믿어집니까? 고작 세 시간 동안 내린 비로 600여 평 밭이 초토화됐습니다.” 8월 들어 내린 늦장마는 예상외의 폭우로 전국 곳곳에 막심한 피해를 끼쳤다. 언론들이 비 피해 상황을 연일 자세히 전하는 가운데, 일부 ‘물폭탄에 농지 초토화’ 같은 제목이 새삼 눈에 띄었다. 독자들도 여기까지 읽는 동안 어법적으로 이상한 곳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적어도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

우리말 이야기 2022.09.03

[우리말 이야기] 식은 어묵 국물에 소주판을 질펀하게 벌린 아줌마 아저씨들

우리말 바루기 152 - `벌이다`와 `벌리다` `벌이다`와 `벌리다`는 단어의 형태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의미가 서로 다른 별개의 낱말이므로 확실히 구분해 써야 한다. ㉮ "이미 벌려 놓은 굿판이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 "21세기 역사의 선두 주자들은 정보기술혁명에 힘입어 새로운 힘으로 등장한 지식력을 활용, 문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리고 있다." ㉰ "삼국지에서 영웅호걸들이 스케일 크게 벌이는 인간 드라마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 "그는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의 `벌려`는 `벌여`로, ㉯의 `벌리고`는 `벌이고`로 바로잡아야 한다. ㉰와 ㉱의 `벌이는`과 `벌린`은 바른 표현이다. `벌이..

우리말 이야기 2022.08.30

[우리말 이야기] 부근에 청춘의 하릴없음을 지겨워하는 젊디젊은 아이들

'하릴없다'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조금도 틀림이 없다'를 뜻하고, '할 일 없다'는 말 그대로 마땅하게 해야 할 일이 없음'을 뜻합니다. '하릴없다'는 '할 일 없다'라는 말에서 파생되었지만, 그 의미가 바뀌어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조금도 틀림이 없다'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문자 그대로 할 일이 없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한다면 '할 일이 없다'로 표현하면 됩니다. 일이 많은 경우에는 '할 일 많다'로 표현하면 됩니다. 단, '할일없다'로 붙여 쓰는 것은 '하릴없다'의 잘못된 표기로 볼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홍수가 나서 집안에까지 물이 들었지만 하릴없이 바라만 보았다. "하릴없이 있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봐" 세계 최대의 요트대회인 아메리카컵에서 베테랑 요트선수들이..

우리말 이야기 2022.08.30

[우리말 이야기] 쇠가 되었다가 징이 되었다가, 암깽 수깽 얽고 섥고

얽다2 「동사」 「1」 【…을】 노끈이나 줄 따위로 이리저리 걸다. ‧그가 사는 곳은 판자를 얽어서 만든 초라한 집이었다. ‧그는 싸릿가지를 새끼줄로 얽었다. ‧칡으로 서까래를 얽고 나흘 뒤에는 억새로 지붕을 덮었다.≪오영수, 메아리≫ 「2」 【…을 …으로】 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 ‧그는 죄 없는 사람을 얽어 옥에 가두었다. ‧강간죄로 얽어 넣어 또 징역을 살리는 걸세.≪현진건, 적도≫ 얽-히다 「동사」 【(…과)】【 …에】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1」 노끈이나 줄 따위가 이리저리 걸리다. ‘얽다’의 피동사. ⸱이 줄이 다른 줄과 마구 얽혀서 풀어지지가 않는다. ⸱여러 가지 색의 실이 얽혀 있어서 파란색 실을 찾을 수가 없다. ⸱연줄이 뒤뜰 감나무 ..

우리말 이야기 2022.08.29

[우리말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① 수 천, 수 만→수천, 수만 ② 애닯고→애달프고 ③ 날개짓→날갯짓 ④ 숨쉬고→숨 쉬고 수-32(數) 「접사」 ((숫자를 나타내는 말 앞에 붙어)) ‘몇’, ‘여러’, ‘약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수백만. ‧수천. ‧수만. 수천7(數千) [Ⅰ] 「수사」 천의 여러 배가 되는 수. ‧수천의 물줄기. ‧적의 병력은 말로는 수만이라 하였지만 실제로는 수천에 지나지 않았다. [Ⅱ] 「관형사」 천의 여러 배가 되는 수의. ‧장미꽃 수천 송이. ‧수천 년이 된 비석. ‧귀뚜라미 소리에 섞여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아주 멀고 먼 곳에서 수천 개의 은종이 울리는 듯 들려왔다.≪한수산, 부초≫ 수만(數萬) [Ⅰ] 「수사」 만의 여러 배가 되는 수. ‧집회에 수만의 군중이 모이다. [Ⅱ] 「관형사」 만의 ..

우리말 이야기 2022.08.28

[우리말 이야기]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바른말 광] 선지국밥과 선짓국 '대치동 포스코 빌딩 뒤편 '반룡산'이라는 북한 함흥 음식 전문점이 있다. 주력 음식은 '가릿국밥'이다. '가릿'은 함경도 말로 갈비를 뜻하는데,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내 선지·양지·두부를 곁들인 함흥식 국밥이다.' 어느 신문에서 본 구절인데, '가릿'은, '가리'의 잘못이다. 가리는, 1980년대에 출판된 국어사전에 '소의 갈비를 식용으로 일컫는 말' ''소 따위의 갈비'를 고기로 일컫는 말'로 나온다. 또 '가릿국'은 '소의 가리를 토막쳐 푹 고아서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맑은 장을 친 국. 갈비탕. 갈빗국'이라 풀이돼 있다. 30년 전만 해도 갈비와 가리는 같은 뜻으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한데, 국립국어원이 1999년 펴낸 에는 가리가 ''갈비'의 잘못'이라고..

우리말 이야기 2022.08.15

[우리말 이야기] 해도 안 뜬 새벽부터, 산비탈 밭에 나와 이슬 털며 깻단 묶는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담뱃재, 재떨이에 떨어라 얼마 전, 이르면 내년부터 삼성생명이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흡연자의 사망률이 비흡연자 사망률의 2배가 넘기 때문에 미국은 비흡연자 보험료가 흡연자보다 최고 40%까지 싸다'는 배경을 곁들인 뉴스였다. 담배 끊은 지 9년.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마라'며 놀림 당하던 속이 이제 좀 풀리는 듯하다. 2000년만 해도 70% 가까웠던 우리나라 성인 남자 흡연율이 올해 40%까지 떨어졌으니 주변에 '상종 못할 사람'이 아주 많아졌다. 이러니 흡연자의 자리는 자꾸 쪼그라든다. 담배 한 대 피울라치면 옆 자리에서 흘겨보는 눈길이 사납다. 이런 간접흡연 외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범하기 쉬운..

우리말 이야기 202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