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71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눈을 털고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담뱃재, 재떨이에 떨어라 "담뱃재를 재털이에 잘 터는데도 우리 집사람은 불만이 많아." '털다'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이다. 반면 '떨다'는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내다'라는 뜻. 즉, '가'에 '나'가 붙어 있다면 '가'는 털고 '나'는 떨어야 한다. 그러니 먼지 묻은 옷은 털고, 옷에 묻은 먼지는 떨어 내는 것. 밤나무를 털어서 밤을 떨어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곰방대나 담배를 털어서 담뱃재를 떨어야 정상이다. '재털이' 대신 '재떨이'로 써야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먼지떨이' 역시 마찬가지. 예전에는 '먼지털이'나 '먼지채'도 모두 썼지만 지금은 '먼지떨이'만 표준어다. 2008/..

우리말 이야기 2022.11.19

그 여자가 몸을 옹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는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아직 쓸지 않는 마당을 지나→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않는’과 ‘않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아주 헷갈리기 쉬운 표현입니다. 어미 '-는'은 동사에 붙어 현재를 나타내지만, 형용사에는 붙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사에 '-은'이 붙으면 과거를 나타내지만, 형용사에 붙으면 현재를 나타냅니다. ('밥을 먹는'과 '밥을 먹은'을 비교해보세요) 한편, '않다'는 동사보조어간과 형용사보조어간으로 쓸 수 있으며, 이는 본용언에 따릅니다. 그런데 '들다'는 동사입니다. 따라서 '맘에 들지 않은'과 '맘에 들지 않는'은 둘 다 바르지만 쓰임은 다릅니다. 따라서 '맘에 들지 않는 게'라고 했다면 이는 현재 맘에 들지 않음을 뜻합니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는 사람'은 바르지 않습니다. 이때는 '아름답지 않은 사람'으로..

우리말 이야기 2022.11.19

[우리말 이야기] 설거지나 하세요

[우리말 바루기] “설거지나 하세요” ​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없다. 빈 식탁에 흰 종이 한 장만 달랑 놓여 있다. ​ "여보 시장 갔다 올께, 밥 차려 먹어." ​ 아유, 밥이나 좀 차려 놓고 가지. 그렇지만 내가 간 큰 남편은 아니잖아. 냉장고 뒤져 김치 꺼내놓고 밥통에서 밥을 퍼 얌전히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런데 `갔다 올께`라고? 밥은 못 차려주더라도 쪽지는 제대로 써야지. 맞춤법 바뀐 지가 언젠데. 어디 이걸로 한번 기를 꺾어 볼까? ​ 아직도 맞춤법이 바뀐 걸 모르는 분들은 살짝 알려드릴 테니 기억해 두기 바란다. ​ 전에는 `갈께`, `할께`처럼 `-ㄹ께`로 적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이젠 `갈게`, `할게`처럼 표기하는 게 맞다. 자세히 설명하면 ⑴`-ㄹ게`, `-ㄹ지니라`, `-ㄹ지어다`,..

우리말 이야기 2022.11.17

[우리말 이야기] 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 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

본체-만체 「부사」 보고도 아니 본 듯이. ≒본척만척. ‧그는 사람을 보고도 본체만체 지나간다. ‧자동차는 그대로 속도를 멈추지 않고 본체만체 스쳐 가 버렸다.≪선우휘, 깃발 없는 기수≫ 본체만체-하다 「동사」 【…을】 보고도 아니 본 듯이 하다. ≒본척만척하다. ‧그가 나를 본체만체하니 내심 섭섭하기 이를 데 없다. ‧감방에서 웅변을 토해도 간수는 본체만체했다.≪이병주, 지리산≫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 이야기 2022.11.13

[우리말 이야기]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헤매일 때→헤맬 때 헤매다 「동사」 「1」 【…에서】【…을】 갈 바를 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우리는 친구의 집을 못 찾아 골목에서 헤매고 다녔다. ‧정글 속에서 헤맨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경험이었다.≪안정효, 하얀 전쟁≫ ‧길을 헤매다. ‧빗속을 헤매다. ‧꿈속을 헤매다. ‧석은 자기 힘으로 붉은 새를 잡아 보려고 한나절 동안 숲속을 헤매었으나 허탕을 치고 맥이 풀려서 돌아왔다.≪김동리, 늪≫ 「2」 갈피를 잡지 못하다. ‧그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 회의 중에 계속 헤매었다. ‧동생은 수학 문제가 너무 어려워 한 시간째 헤매고 있다. 「3」 【…에】【…에서】【…을】 어떤 환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다. ‧당쟁에 희생되어 몸은 당당한 종친 공자면서도 굶주림에 헤매는 가련한 사람들이었다.≪김..

우리말 이야기 2022.11.09

[우리말 이야기] 가지 하나가 팔을 벌여 내 집을 두드린다, 나무가 하늘에 기대어 우는 듯하다

우리말 바루기 152 - `벌이다`와 `벌리다` `벌이다`와 `벌리다`는 단어의 형태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의미가 서로 다른 별개의 낱말이므로 확실히 구분해 써야 한다. ㉮ "이미 벌려 놓은 굿판이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 "21세기 역사의 선두 주자들은 정보기술혁명에 힘입어 새로운 힘으로 등장한 지식력을 활용, 문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리고 있다." ㉰ "삼국지에서 영웅호걸들이 스케일 크게 벌이는 인간 드라마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 "그는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의 `벌려`는 `벌여`로, ㉯의 `벌리고`는 `벌이고`로 바로잡아야 한다. ㉰와 ㉱의 `벌이는`과 `벌린`은 바른 표현이다. `벌이..

우리말 이야기 2022.11.08

[우리말 이야기]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낯섦이 낯선가요? 이 새로운 세계관의 낯섦이 어느 결에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그가 인류의 오랜 미몽을 깨우고 자신들의 사고와 문명에 빛을 던진 예언자임을 알았다. [한국일보 02.03.13] 자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부정하고자 노력하는 키퍼의 작품에서 ‘낯섦’과 ‘낯설지 않음’은 하나의 동의어다. [동아일보 02.01.18] 두 사람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특사파견에서 핫라인을 유지할 만큼 깊은 속내를 주고받는 사이여서 낯설음(→낯섦)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국민일보 02.04.03] 이들 책의 공통점은 ‘낯설음(→낯섦)’과 ‘신기함’이다. [동아일보 02.03.01] 우리말 바루기 163 - 낯설음/거칠음(?)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그래서 맞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단어들이 있습..

우리말 이야기 2022.11.06

[우리말 이야기] 더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대한 예의 / 정호승 ​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번..

우리말 이야기 2022.11.06

[우리말 이야기]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어느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어느 「관형사」 「3」 ((‘정도’나 ‘만큼’ 따위의 명사 앞에 쓰여)) 정도나 수량을 묻거나 또는 어떤 정도나 얼마만큼의 수량을 막연하게 이를 때 쓰는 말. ‧낭떠러지가 어느 만큼 가파르더냐? ‧그가 어젯밤 일을 어느 만큼 기억할까? ‧돈을 어느 만큼 벌고 나자 다른 욕심이 생긴다.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자 그는 다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주량이 어느 정도나 되십니까?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 이야기 202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