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슬픔을 보탰다 / 허연 수도원에서 도망쳤다 신을 대면하기엔 나는 단어를 너무 많이 알고 있었고··· 짐을 싸들고 욕망이 쏟아져 내려오던 비탈길을 내려왔다 모든 걸 다해 단 몇 줄로 정리된 나를 바치고 싶었지만 반찬도 없이 식은 밥을 먹으며 구멍 난 튜니카를 꿰매며 잊혀도 좋으니 거룩하고 싶다고 천 번을 되뇌었지만 그레고리안 성가가 안개처럼 흘러다니는 산길을 버렸던 단어들을 하나씩 주워 담으며 내.려.왔.다. 고통받는 삶의 형식이 필요했다 시를 쓰면서 슬픔에 슬픔을 보태거나 죽음에 죽음을 보태는 일을 했다 - 시선집 『천국은 있다』 (허연, 아침달, 2021, 18-19쪽) 로그인만 하면 그냥 볼 수 있습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