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비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낙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 하릴없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 어쩌랴,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너에게, 쓴다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박남준, 실천문학사, 2010) ▲ 회룡포 : 회룡포는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일대에 있는 마을로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용이 비상하듯 물을 휘감아 돌아간다 하여 붙여진 ..